굴뚝새를 처음 본 날은 그냥 눈으로만 보고 만족해야 했다.
주섬주섬 사진기 꺼내고 렌즈 갈아끼우는 동안 종적을 감춰버린 탓이다.
꽃이건 새건 처음 보기가 어렵지 한번 보고 나면 그 다음에는 묘하게도 눈에 잘 뜨인다. 
그날 이후로 계곡에 가면 여지없이 바위 틈에서 굴뚝새가 튀어나와 저만치 달아나 바위틈을 비집고 다니며 부지런히도 움직인다.
세상에 굴뚝새보다 부리나케 움직이는 새는 보지 못하였다.
사진기를 눈에 갔다 대면 이미 그 자리에 없다.

계곡을 여러차례 오르내리면서 첫날 잡은 녀석은 이렇다.


굴뚝새가 계속 눈 앞에서 어른거려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이튿날 다시 가보았으나 날이 너무 저물어서인지 보이지 않는다.
입장료까지 내고 들어왔는데 그냥 갈 수 없어 금선계곡으로 들어가보았다.
얼마를 올랐을까 굴뚝새 한마리 앞에서 깡총거리더니 하늘에 대고 노래를 한다.
한 10여초는 됨 직 하다. 계곡이 쩌렁쩌렁 울린다.
아니 이런 청아한 노랫소리를 가지고 있었다니..
지금껏 들어온 것는 '찍, 짹' 하는 들릭락 말락한 소리 뿐이었는데 대단히 놀랍다.
한바탕 노래를 불러대더니 멀리 사라져버린다.
오를 수 있는 계곡의 끝, 금선폭포에까지 갔다 다시 내려오는 길, 날은 더욱 어두워지고 비까지 내린다.
다시 들려오는 청아한 노랫소리.
아까 그 녀석이 천연스럽게 앉아서 노래를 부르더니 이제는 제법 내 앞에까지 다가와서 물을 마시고 간다.

지금도 눈에 밟힌다. 아니 이제는 귀에까지 밟힌다.
다시 가면 그 자리에 있을까?
언젠가 햇살 따사로운 날 대문짝만한 크기로 내 사진기에 들어올 날이 있으리라.

난사를 했으나 날이 너무 어두워 겨우 이것 하나 봐줄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