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바쁜 일손을 놀려야 하는 농촌의 여성농민들은 집에 있는 재료만 가지고도 재빨리 음식을 빚어내는 마법사같은 손들을 가지고 있다.
석양녘에 만난 친구 집에 들어가 술추렴이 시작되었다.
수박 심을 비닐하우스에 갔다는 친구 각시는 아직 오지 않았다. 
대충 라면 끓여 시작한 술이 제법 거나해질 무렵 친구 각시가 들어온다.
안주도 없이 무슨 술을 먹느냐더니 손만 대강 씯고 불과 10여분만에 만들어낸 안주가 근사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더니 색감이 죽인다. 맛을 보기도 전에 이미 색깔로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취한 눈에도 그냥 먹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사진기를 챙겨 박아두었다.

얼마나 맛있는지 젓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냉장고에 있던 솔(부추)을 꺼내는 순간 친구가 한마디 하였다.
"어이 그거 믹서기에 갈아서 부침개 히먹으먼 맛있다데"
"그려?"
바로 믹서기 도는 소리가 나더니 밀가루를 찾는다. 그런데 없다. 
대신에 빻솨놓은 찹쌀가루가 있다면서 반죽을 만들고, 도마질 소리 탕탕 몇번 울리더니 이내 부침개가 나왔다.
뭐라 이름지어야 할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소주 대병이 날아가버렸다.
오늘같이 비가 올듯말듯하고 바람 끝이 쌀쌀한 날, 그날 먹었던 부침개 생각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