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럽지 않게 차례음식 차려내는 재주 하나는 출중한 각시 덕에 올해도 별 부담 없이 차례상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대추는 유일한 우리 집 수확물, 오늘 아침에 따왔지요.  
밤과 곶감은 한살림에서 주문한 것이고요. 명절처럼 과일, 생선 등이 일시적으로 오르는 시기에는 오히려 한살림에다 주문하는 것이 싸답니다. 물건도 좋고.. 
배, 사과, 포도 모두 추석 잘 쇠라고 주위에서 선물로 보내준 것들입니다.  
저는 제상이나 차례상 차릴 때 바나나 같은 족보에 없는 수입과일 사들고 오는 사람을 가장 싫어합니다.  
덩치만 커서 다른 음식들 놓을 자리를 빼앗는 품세가 수입 농산물에 밀려 벼랑 끝에 선 우리 농민들 처지를 보는 것 같아 속이 뒤집어지기 때문입니다.  
대추, 밤, 감, 배를 기본으로 하고 제철에 맞는 과일 한두 가지면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2열의 나물은 처갓집에서 왔고요. 북어는 한살림 표, 한과는 선물로 들어온 것.  
제3열의 쇠고기 산적은 어제 낮 병길이 성, 경락이 성이랑 막걸리 한잔 하고 헤어질 때 병길이 성 반 근, 경락이 성 반 근 그렇게 들려준 것이고요. 부침개 재료는 한살림 표, 굴비는 농협에서 보내온 선물.  
송편은 대부분 막둥이 딸이 빚었다는데 속이 거의 없어 물었더니 속은 다 집어먹고 반죽만 가지고 빚었답니다.   
쩌 뒤의 우무는 장모님 표.  
진지로 올린 햅쌀은 도연맹 사무처장이 농사지어 정책부장한테 선물한 것 중 일부를 복분자술 한병 주고 강탈했지요.

 

제주는 막둥이 딸 단짝 친구 집에서 담가서 보내준 복분자술입니다. 
상은 우리 각시 시집올 때 가져온 건데 아직도 건재합니다. 

이리 따지고 보니 손 안 대고 코 풀었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이래도 되는 건지...
그래도 장 보는데 8만 원가량이 들었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