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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다시 땅콩을 심다.

농사꾼 조선낫 2009.04.28 08:21


땅콩농사 징하다고, 인건비 털고 나니 남는것 하나 없는 헛방농사라고 갖은 푸념을 다 늘어놓았었는데..
다시 땅콩을 심었다. 밭만 바꾸어서.
작년 땅콩을 심었던 자리는 철쭉을 심기로 하고 여기는 깨와 콩을 갈았던 밭이다.
고창 하면 복분자, 수박, 고추 등이 고소득 작물로 알려져 있으나 엄청난 인력과 기술을 요하는 농사들이다.
다 그렇겠지만 일기조건, 병충해 등에 대단히 민감한 작물들이어서 늘상 옆에 붙어서 살아야 한다.
늘상 나돌아다니고 집안 손대 없는 나같은 농사꾼이 덤벼볼 만한 농사가 아니다.
더군다나 요동치는 가격, 급등하는 인건비, 농자재가격 등으로 하여 명색만 고소득일 뿐 실상은 맘 편히 지어볼만한 농사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땅콩은 특이한 병충해가 없고 거름타박을 하지 않아 석회만 몽땅 넣고 풀관리만 잘 하면 된다. 
다만 수확이 기계화되지 않아 많은 인력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인건비를 어떻게 절감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렇게 해서 잘 지어놓으면 어찌되겠는가는 묻지 마시라.
농사 잘 지어놓는 것이 우선은 중요한 일이다.


작년 농사의 잔해를 정리하고 쟁기질한 다음 초벌로타리 치고 석회살포한 후 재벌로타리를 치고 있다.
오랜 가뭄으로 단단해진 흙덩이 부수느라 트렉터가 고생하였다.
물 가지고 온 우리 각시가 찍어주었다.


로타리치고 이랑을 따 놓았다. 석양에 비낀 흙색깔이 참 좋다.
여기에 제초제를 1차 살포한 후 비닐 피복작업을 한다.
제초제 살포는 지금의 내 농법으로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비닐피복은 관리기로 한다. 양쪽에 삽 질러놓고 혼자 하려니 일이 굴지를 않는다.
비닐피복이 끝나고 나면 모든 준비가 완료된다.

동네할매 넷을 얻어 땅콩을 심었다.
할매들 일하시는데 사진기 들고 다니면 속 없다 할게 뻔하여 찍어두지 못하였다.
보통 땅콩 껍질을 까서 알땅콩으로 심지만 나는 작년부터 껍질째로 그대로 심는다.
적절한 조건이 되면 껍질속의 땅콩이 발아하고 때가 되면 껍질이 딱 벌어지면서 싹이 돋아난다.
땅콩을 껍질째로 심으면 심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심어보면 안다.
그리고 껍질 까는 품이 만만치 않은데 이를 절감할 수 있다.
그런데 할매들은 아직도 미덥지 않은 모양이다.
"작년에 보고도 그러요" 하면 "긍게 그러기는 헌디.." 하고 만다.
할매들은 돌아가시는 날까지 자기집 땅콩 절대 이렇게 심는 일 없을 것이다.


땅콩을 심어놓은것이 까치들에게 발각되면 난리가 난다.
그렇다고 밤에 몰래 심을 수는 없는 일, 그래서 만들어낸 것이 '새총'이라는 농약이다.
살충제는 아니고 새들이 혐오하는 색깔과 냄새로 기피하게 만드는 기피제라 한다.
빨간색을 좋아하는 내가 보기에도 색이 좀 혐오스럽다. 냄새는 그저 상상만 하시라.
심고 남은 '쳐진거리'를 모아 한바구니 버물러 밭에 뿌려두었다.


땅콩을 심고 난 사흘째 아침, 새총의 약발이 통했을까?
땅콩밭은 아직 안녕하시다.

나는 이 밭에 땅콩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심었다.
모든 농민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올해는 좀 다르지 않겠는가 하는 희망을 땀과 함께 고이고이 땅에 묻는다.
농민들이 믿는 것은 땅이고 거기에 쏟아붓는 자신의 땀이지 정부가 아니다.
그래서 "한국농민들은 정부의존적이어서 발전이 없다"는 대통령 이명박이의 말은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헛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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