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낮에 딱새 둥지에서 듣던 낯익은 소리가 요란스럽다.
갓 이소한 새끼 딱새들이 감나무 가지 위에 오부대대하니 모여 앉아 둥지 밖에서의 첫밤을 맞고 있다.
둥지가 어디에 있었을까? 전혀 알지 못했는데 우리집 어디에선가 새끼를 길러온 모양이다.
하! 이것들이 밤을 잘 샐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지만 달빛이 환하게 지켜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아침이 되었다.
나무가지에 앉았던 녀석들이 흔적도 없고 어미와 새깨들간의 교신하는 소리만이 요란스럽다.
내가 나타나서일까?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녀석들이 목련나무 가지 사이로 다시 오부대대하니 모여든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른다더니 그놈 인상 한번 무섭게 쓴다.


한바탕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이제 제법 대범해진 녀석들 서로들 각자 떨어져서 산지사방에 흩어져 있다.
지붕 위에 있는 놈, 대밭 속으로 들어간 놈, 땅바닥에 앉은 놈 가지각색이고 어미는 분주히 새끼들 사이를 오가며 먹잇감을 물어나른다. 
새끼 먹이는데 여념이 없는 어미들은 사람이 옆에 있건 없건 개의치 않는다.
해치지 않을 걸 아는건지..

그 자식 성깔하고는..

내 새끼가 어디에 있나~?

어미는 분주하다.

엄마는 언제나 오나?

와~! 밥이다.

아~ 졸려~

아니지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새는 모름지기 날개가 생명이라.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아~ 날각지에 힘이 뻗친다.

날개단장했더니 배고프네, 밥줘!

아나 밥!

또 줘!


어미들은 끊임없이 먹잇감을 물어날라도 새끼들은 한없이 배가 고픈 모양이다.
녀석들 이제 제법 멀리까지 날아다니고 지붕도 훌쩍 넘어다닌다.
오후에 돌아와보니 집 뒷낭깥 어디에선가 어렴풋이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탈 없이 잘 크기를 바라는데 곳곳에 도사린 위험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우리집 고양이 새끼 딱새 노리다가 헛불 켠 일에 대해서는 따로 정리를 해야겠다.
이 녀석들 보고 있자니 어렸을 적 새 새끼들 잡으러 다니느라 낭깥 깨나 뒤지고 다녔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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