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쌀가마 지고 인도로 행진하려던 농민들 저지

차성은 기자 / mrcha32@empal.com

성난 농심, 청계광장서 서럽게 울다


쌀직불금 불법수령 명단공개와 처벌 촉구 농민 기자회견
  • 행진마저 가로막힌 농민들이 경찰 저지선 앞에 볏짚을 뿌리며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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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가마니를 짊어진 농민들이 쌀직불금을 불법수령한 공직자의 명단공개 및 처벌을 촉구하며 한승수 국무총리 면담을 요청했지만 정부중앙청사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경찰에 저지당했다.

17일 낮 12시 서울 청계광장,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소속 농민 10여명은 쌀직불금 불법수령에 항의하는 뜻으로 지게와 어깨에 쌀가마니를 짊어지고 총리 면담을 위해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향해 인도를 따라 행진을 시도했다.

농민들은 쌀가마니와 볏짚, 그리고 ‘농민 피 땀 다 가져 가라’, ‘농민들의 피와 땀을 눈먼 돈으로 착각? 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한승수 총리님, 진짜 농민이 왔습니다. 면담에 응하십시오’, ‘쌀직불금 부정수령 명단 즉각 공개하라’ '피눈물 흘리며 자식같은 농산물 갈아엎는 심정, 직불금 도둑놈들은 아느냐'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자신들의 심정을 표현했다.

하지만 경찰은 농민들이 행진을 시작하자마자 전의경 100여명을 동원해 농민들을 에워쌌고, 농민들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길을 터주지 않았다. 농민들은 “우리가 폭력시위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달랑 10여명이 평화롭게 인도를 따라 가겠다는데 이마저 막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여성농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행진이 막힌 농민들은 “한승수 총리 면담을 위해 가는 길인데 경찰이 계속 막는다면 집에 돌아가지 않겠다”며 연좌시위에 들어갔다. 이에 경찰은 조금씩 길을 열었지만 동아일보사 옆 인도에서 다시 행진을 차단했다. 결국 농민들은 이곳에서 기자회견을 열 수밖에 없었다. 국무총리 면담을 요구하며 1시간여의 실랑이 끝에 농민들이 이동한 거리는 30여미터에 불과했다.

쌀직불금 불법수령 명단공개와 처벌 촉구 농민 기자회견
  • 농민들의 인도행진마저 가로 막고 있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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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은 “쌀직불금 빼앗긴 억울한 농민이 서울시민에게 눈물로 호소한다”며 면담 요구를 거절한 이명박 정부 대신 서울시민들에게 호소했다.

농민들은 “우리는 비료값 폭등, 사료값 폭등, 기름값 폭등으로 생산비가 치솟아 내년에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막막하고 답답한 현실 속에 살고 있는데 고위공직자들이 농민들의 쌀직불금마저 가로채고 있다”며 울분을 터드렸다.

김옥임 전여농 부회장은 “농민들은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쌀을 생산하기 위해 그 고생을 하고 있는데, 생색내기로 쌀직불금을 마련한 정부가 이마저 가로챈다면 어떻게 농사짓고 살겠냐”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고위공직자 등이 왜 직불금을 받나 봤더니 양도세를 안내려고 그랬던 것이더라”며 “이제 우리 농민들도 법대로 할 테니 공무원·공직자들을 꼭 법대로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배삼태 가톨릭농민회장은 “정부가 사료값·비료값·기름값 폭등에 쇠고기 전면 수입개방까지 상처뿐인 농민들 가슴에 대못을 박고 소금을 뿌리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농업직불금을 중간에서 가로챈 파렴치한 공무원들을 처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3월 쌀직불금 문제를 처음 감사원에 제기한 농민 조종대(45, 경기 김포시 월곡면)씨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소작을 하고 있는 조씨는 “소작농이 직불금을 신고하면 지주에게 짓던 논까지 뺏기게 되니까 알면서도 참으면서 농사를 지어왔지만 워낙 생산비가 많이 올라 감사를 요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이 법을 알면서도 직불금을 가로챘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으로 애통하고 원통하고 억울하다”며 이들의 처벌을 촉구했다.

농민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쌀소득 등 보전 직접지불제도(쌀직불금) 운용실태에 대한 감사결과에서 밝혀진 비경작자 부당수령 직불금을 전액 환수하고, 환수한 직불금을 실경작자에게 환원하라”고 요구했다.

또 농민들은 이들 중 고위공직자 및 공무원, 정치인의 명단을 즉각 공개하고 위법이 확실한 경우 처벌할 것을 요구하고, 직불금 부당수령 사태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과 비농민의 농지소유규제 강화를 주장했다.

한편 농민들은 오는 24일 국회 앞에서 전국의 농민단체 대표들이 참가하는 ‘농민대표자대회’를 열고 쌀직불금 불법수령자 처벌과 쌀값 보장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 쌀직불금 불법수령 명단공개와 처벌을 촉구하는 농민들이 지게에 쌀을 지고 정부중앙청사로 향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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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직불금 불법수령 명단공개와 처벌 촉구 농민 기자회견
  • 쌀직불금 불법수령 명단공개와 처벌을 촉구하는 농민들이 지게에 쌀을 지고 정부중앙청사로 향했지만 경찰에 저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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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직불금 불법수령 명단공개와 처벌 촉구 농민 기자회견
  • 총리면담을 위해 정부중앙청사로 향하려던 행진마저 경찰이 막아서자 한 여성농민이 전의경 앞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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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직불금 불법수령 명단공개와 처벌 촉구 농민 기자회견
  • 경찰에 의해 정부중앙청사까지의 행진마저 가로막힌 농민들이 볏짚을 뿌리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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