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이 자체 개발한 중앙회 신경분리안 관철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지난 겨울 가락동 시장을 방문한 이명박이 농협을 겨냥하여 화살을 날리자 눈알만 굴리며 납작 엎드려 있던 농협중앙회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이명박의 발언은 "농협이 금융하고 뭐해서 돈을 몇조씩 벌고 있는데 농협이 번 돈을 농민들에게 돌려줘라" "농협이 벌어갖고 사고나 치고 말이야..." 등으로 농협의 강도높은 인적쇄신, 구조조정을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되었다. 
곧바로 농림부 산하에 농민단체들까지 참여한 가운데 '농협개혁특별위원회'(이하 협개위)가 구성되어  신경분리 방안을 제외한 농협법 개정안이 만들어져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었다. 
그러나 통과된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중앙회의 정치권 로비와 농림부의 어정쩡한 태도 등으로 당초 협개위의 논의 내용을 심각하게 변질시킨 누더기가 되어버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의 농협 발언이 지닌 진정한 속내가 무엇인지, 농협이 추구하는 탈출구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 것이다. 
어찌되었건 협개위는 논의를 지속하여 '농협중앙회 신경분리 방안'을 마련하였다. 
이 기간 농협중앙회는 협개위의 거듭되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심지어 없다고 발뺌하였다. 
그러던 중앙회가  협개위의 신경분리 방안이 발표되자 난데없는 자체 신경분리안 실무초안을 내놓고 의견수렴을 위해 전국 순회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중앙회 신경분리안은 경제사업을 도외시할 뿐 아니라 중앙회 자금의 대부분을 신용사업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며 지주회사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곧 농민의 농협이 아닌 자본의 농협이 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렇다면 중앙회가 추진한 전국순회 토론회는 어찌되었을까?
중앙회는 가는 곳마다 밀실 토론회를 규탄하며 참가를 요구하는 농민 조합원들의 강한 항의와 분노에 부딪혀 제대로된 토론회를 진행하지 못하고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봉쇄하기에 급급하였으며 심지어는 토론회 시간을 앞당겨 몰래 개최하고 도망치는 한심한 꼴을 보여왔다. 
그렇게 지역을 훑어내려오던 중앙회가 드디어 전북에 오게 되었다. 
어제 7월 21일의 일이다. 

전농 전북도연맹은 토론회를 앞두고 농민조합원의 자유로운 토론 참여와 최원병 중앙회장 면담을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였다. 
이에 전북도연맹은 지역본부 앞 규탄집회를 상정하였다. 
농협중앙회와 농민 조합원의 격돌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당초 예정된 토론회 시간은 오후 1시 30분. 
중앙회는 토론회 공문조차 보내지 않고 일일이 전화로 연락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보안문제를 의식한 것이다. 
그나마 개최 시간이 매우 유동적이었다. 
토론회 전날밤 10시, 급기야 오전 8시로 시간이 앞당겨졌다.
이마저도 아침에 일어나니 7시 30분으로 연락이 다시 오고 있다고 한다. 
아조 발악을 한다.  발악을 해.

 지역본부에 도착하니 8시가 넘었고 중앙회 건물은 이미 경찰병력으로 봉쇄되어 있다. 
문이란 문은 전부 셧터가 내려져 있거나 잠겨 있다. 
미리 도착한 도연맹 집행부만이 안마당 주차장에 들어가 있고 지역에서 농민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봉쇄가 다소 허술한 틈을 뚷고 안마당으로 들어갔다. 쥐가 된 느낌이다.

일부 조합장들이 하나 둘 입장하고 있다. 
전경들 사이로 쥐나 드나들만한 자그마한 구멍을 내놓고 중앙회 직원들이 나와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고 있다. 
입장하는 조합장들을 도연맹 의장님이 마당에서 설득하였다. 
조합장들 역시 불만이 팽배하다. 
"농민들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겠다"는 조합장도 있고, 
"눈도장이라도 찍어야 한다"며 하소연하는 조합장도 있다. 
각종 돈줄로 지역농협을 관리하는 중앙회의 소위 지도사업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8시 50분경 일단의 조합장들이 회의장에서 퇴장하여 밖으로 나온다. 
농민 조합원의 참여가 봉쇄된 밀실 토론회 불참을 선언하고 나왔다는 것이다.
조합장들의 용기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회의실에는 20여명의 조합장들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 

9시가 다가오자 경찰들의 특이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오늘의 주빈이 곧 도착한다는 신호로 보여진다. 
농민들 차량으로 차량출입이 봉쇄된 터라 걸어들어오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니나다를까 전경들이 확보한 틈으로 최원병 중앙회장이 들어오고 있다. 
밖에 있던 정읍 농민들이 막아보지만 역부족이다.  

그러나 안마당으로 들어오는 순간 안마당에 있던 농민들에게 딱 걸렸다. 
도연맹 의장님이 부당한 토론회 개최 방식에 대해 항의해보지만 귀담아듣지 않고 오로지 건물 안으로 들어갈 생각 뿐이다. 
마치 쥐구멍을 찾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들어가겠다는 최원병 중앙회장, 그냥은 들어갈 수 없다는 농민들간에 실랑이가 벌어진다. 
경찰과 중앙회 직원들이 달려들어 농민들과 중앙회장을 분리시키려고 애쓴다. 
그러나 농민의 억센 팔뚝에 붙들린 중앙회장의 옷깃은 쉽사리 뿌리쳐지지 않는다.  
급기야 중앙회장은 옷을 벗어던지고서야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상의를 벗어버린 중앙회장

"구멍이 어디냐? 구멍을 찾아라" 

문을 찾아 뛰어갔지만 안에서 잠겨 있는데다 농민들이 막고 있다. 
농민들이 정중히 요구한다.  
"농민과 함께 하지 않는 토론회는 있을 수 없습니다" "회장님 돌아가십시오"

"이 구멍은 들렸어"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 하던 중앙회장..
갑자기 옆문을 향해  냅다 뛴다. 
미처 보좌관들조차 따라붙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경들이 막아선다. 
야가 누군지 우리가 알게 뭐냐는 것이다. 
정보과 직원이 뒤쫓아가 다급하게 외친다. 
"열어라 쥐빈 들어가신다"

"휴 살았다"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최원병 회장은 이렇게 중앙회 건물 안으로 잠입하였다. 
정문이 있는 앞마당을 지키고 있던 농민들은 중앙회장이 온 사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농협의 주인은 농민이다. 
머슴이 주인을 외면하고 주인행세를 하며 살림을 말아먹으려 하는 것이 오늘날 중앙회의 모습이다. 
참으로 오맷만에 진짜 주인이 주인노릇을 하니 주인행세를 하던 머슴 중앙회장이 중앙회 건물에 잠입하기 위해 옷을 벗었다. 

전북농민들이 한목소리로 말한다. 
"최원병 중앙회장, 옷 벗은 김에 아주 벗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