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쌀 수확이 시작되었다.
태풍 한번 지나가지 않은 들녘은 올해도 풍년이다.
날씨도 날씨지만 그 어떤 조건에도 불구하고 모든 농사에 최선을 다하는 농민들의 땀과 정성이 풍년을 일구어낸 근본 동력이라 할 것이다. 
미우나 고우나, 싸나 비싸나 농사는 다같은 농사다.
그래서 '자식같은 농사'라 하지 않는가?
이 중에서 쌀 농사는 핵심중의 핵심이다.
우리나라의 쌀농사는 전세계 쌀농사의 시원으로 인정되고 있다.
충북 청원 소로리에서 발굴된 1만5천년 된 세계 최고의 탄화미는 인공 재배된 볍씨로 중국것보다 무려 2천년이나 앞선 것이다.
그러하기에 '쌀은 곧 민족'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쌀은 그저 상품일 뿐이다. 
이명박은 쌀을 물가를 관리하는 첨병으로 활용해왔다.   
그 결과 집권 2년만에 쌀값은 폭락하여 시장의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벼를 보유한 미곡처리장은 재고를 처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며 마구잡이 출하로 쌀값을 더욱 하락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쌀값폭락으로 농민들은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는 쌀농사를 지속할 수 있는가 없는가, 농민으로서의 삶을 지속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근본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수확을 눈 앞에 둔 논을 갈아엎고, 미곡종합처리장을 봉쇄하며 투쟁에 나선 농민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농민들의 투쟁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이러한 가운데 도시의 대형소비처, 대형마트들은 쌀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가?
쌀을 상품으로 취급하는 것은 장사꾼들이니 그렇다 치자.
그런데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언제든지 자신들의 입맛과 요구대로 주무르고 농락할 수 있는 쉬운 대상이다.
이는 생산자가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의 특성과 단일한 역량으로 조직되어 있지 못한 분산성에서 기인한다.
대표적으로 농협은 중앙회라는 거대 전국조직이 있고 전국 각지의 농협 미곡처리장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의 부당한 저가출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쌀을 대량으로 소비시키는 것을 무기로 정상적인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납품할 것을 요구하여 할인행사를 기획하고 타 상품의 매출을 올리기 위한 미끼상품으로 활용한다.
대형마트의 이러한 상행위는 쌀의 시장가격을 교란시키고, 산지의 미곡처리장은 울며 겨자먹기로 출혈을 감내한다.
결국 쌀가격은 더욱 낮아지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의 몫이 된다. 

농민들이야 죽건 말건 매장에 손님 끄는 것이 중요하고, 손해볼 것 하나 없는 대형마트의 횡포는 쌀값폭락으로 멍든 농민을 두번 죽이는 비열한 행위이다.
롯데마트의 '고향의 향기미'는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롯메마트는 '고향의 향기미'라는 그럴듯한 포장지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그럴듯한 포장지와 달리 고향의 향기미는 이제 행사용 저가미의 대명사가 되었다.


고향의 향기미는 고창농협 통합미곡처리장에서 가공된 쌀이다.
롯데마트의 비열한 상행위와 미곡처리장의 안일한 운영방식이 빚은 작품이다.
미곡처리장은 신속한 재고소진을 제일의 과제이자 미덕으로 삼고 있다.
밑지지만 않으면 되고 설사 밑지는 한이 있더라도 재고 소진이 중요하다는 것.
전국적으로 재고미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현실에서 일면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제 살 파먹기 식의 안일한 운영방식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의 가슴팍을 겨누게 된다. 
이는 단지 고창지역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고창의 쌀이지만 전국의 쌀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쌀을 가지고 장난치는 대형마트의 횡포와 산지 미곡처리장의 제 살 파먹는 근시안적 운영의 부도덕한 결합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때이다.
피해는 결국 농민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