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서 노니는 백로 무리를 찍어놓은 사진 속에 우연히 잡힌 호사도요를 발견하면서 호사도요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사진을 정리하던 중 녀석을 보았고 "참 묘하게 생겼다"고 생각하고는 녀석의 존재를 잊고 말았다. 
그로부터  몇개월이 지난 후에야 녀석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꽤 귀한 몸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작년 5월 하순 번식기 암컷의 모습이다.

촛점도 용케 호사도요에게 맞았다.


올 가을 호사도요가 다시 포착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호사도요의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고 사진에 담았다.
뿐만 아니라 호사도요를 매개로 꽤 많은 탐조인들과 알게 되었고 그들로부터 호사도요의 생태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전해듣게 되었다.

올해 첫 발견한 호사도요. 이 녀석을 시발로 많은 호사도요를 만났다.


호사도요의 습성과 관련한 가장 큰 특징은 '빼어난 은신술'이 아닐까 싶다.
호사도요는 동작이 과히 빠르지 않으면서도 순식간에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리는 은신의 귀재이다.
날아서 달아나기보다는 수풀과 지형을 이용하여 은신하기를 좋아하고 한번 은신하면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딸싹도 않고 몇시간이고 버티며 사람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끝내 찾지 못하고 건성으로 박아둔 사진 속에 호사도요가 들어 있었다.



녀석을 발견해놓고도 불과 50cm정도 이동하여 은신한 녀석을 다시 찾는데 30여분이 소요되었다. 
이 녀석은 자신의 은신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것인지 꽤 가까이 다가섰는데도 딸싹도 하지 않고 이 자세를 고수하고 있었다. 이따금 감박이는 눈과 가볍게 들썩이는 등짝만이 녀석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가늠케 하였다. 
한번 죽은 척 하면 끝까지 죽은 척 한다는 너구리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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