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규 화백의 농민만평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

'직불금 사태'의 본질은 무엇인가?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의 원칙이 뿌리로부터 훼손된 문제, 즉'토지문제'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해방 이후 실시한 허울뿐인 토지개혁은 농지를 지주의 수중에 그대로 남겨두고 대다수 농민들을 농지로부터 철저히 배제시켰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 농민들은 허리띠 졸라매고 먹을 것 안먹어가며  '땅한뙈기 가져보는 게 소원'이라는 필생의 업을 소박하게나마 성취해나갔다.  이는 오로지 농민 스스로의 피땀어린 노력의 결과였다.
그러나 저곡가 정책, 개방농정으로 하여 80년대 이후 농민들은 지속적으로 파산하였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대다수 농민이 파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반면 이 땅의 부자들은 엄청난 부를 쌓아올리고 있었으니 그 주요 수단은 다름 아닌 땅투기.
도시 근교와 파산한 농민들의 땅은 투기의 대상이 되어 강남 땅부자의 수중으로, 고위 공직자 등 소위 사회 지도층의 수중으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지난해 전북도연맹이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작지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15.8%가 직불금을 지주가 수령해가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그중에서도 전북의 서부평야지대 4.4%에 비해 전주근교 등 도농복합지역은 29.9%로 월등히 높아 투기목적으로 농지를 불법소유하고 있는 투기꾼이 이를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직불제를 부당 수령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불행히도 당시에는 이를 온전히 꿰뚫어보지 못하였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도 2006년에 새로 직불금을 신청한 사람 가운데 60%인 6만7천여명이 공무원 등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는 사실, 강남 지역 3개구 거주자 가운데 쌀 소득보전 직불금을 수령한 사람의 수가 최근 3년간 54.8%나 증가한 사실이 드러나 이를 명백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의 탐욕 앞에 '경자유전'은 그저 허깨비 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농지법은 1996년을 기준으로 농지를 취득하고도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1년 이내에 되팔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 경우 양도소득세 60% 중과세 부과 등 법적 처벌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경자유전'의 기본적 토대마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조건에서 이와 같은 농지법의 규정은 투기꾼들로 하여금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며 탈세와 감세, 투기목적 달성이 가능한 길을 모색하게 하였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직불금 사태'로 터져나온 것이다.
여기에 가담하여 농민들의 등골을 빼먹은 자들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 요소요소에 소위 사회 지도층, 고위 공직자 등의 이름으로 또아리를 틀고 있음을 새삼 확인하는 지금 우리 농민들은 그저 망연자실할 따름이다. 
공교롭게도 직불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농민들 중에서도 그중 형편이 어려운 영세소농들이니  우리 사회 최상류층이 농민중에서도 빈곤층인 영세소농의 등골을 파먹으며 부를 축적해온 것이다.
우리 농민들은 그나마 짓는 소작지마저 떼일새라 군소리 못하고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전북도연맹 농민 여론조사 결과 중 직불제 관련 부분)

이 문제를 어찌할 것인가?
무엇보다 먼저 철저한 진상규명과 불법 부당행위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선행되어야 한다. 
불법수령자 명단의 완전한 공개와 처벌, 법률에 의거한 사후조치는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법대로 해야 한다. 농지를 취득하고도 직접 농사를 짓지 않은 투기꾼들의 농지를 국가가 환매하여야 한다. 
농지은행이 있지 아니한가. 그리고 이를 농민들에게 싸게 불하하던가 장기임대차하여 마음 편히 농사짓도록 하여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농민적 농지소유의 확립'은 농민운동과 나라 바로세우기의 전략적 과제로 삼되 현 시점에서는 있는 법이라도 동원하여 엄정하게 법대로 하자는 것이다.
그런 연후에 직불제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매우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소나기나 피하고 보자는 식의 허술한 대책으로는 아무것도 안된다.
농지를 농민에게 돌려주고 강탈해간 직불금이 농민들한테 돌아가게 하라.
이러할때만이 땅이 투기와 치부의 대상이 아닌 온나라 백성을 먹여살릴 식량과 생명의 원천이 될 것이며 다시는 투기꾼들이 농사꾼의 가난한 곳간을 탐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기틀이 마련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