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 고창에 큰 눈이 내렸다.
이런 날을 기다려왔다.
눈 많은 고창에 터를 잡고 사는 호사도요들일진대 눈 속에서 생활하는 사진이 없어서야 쓰겠는가?
사흘간 내린 눈이 가장 많이 쌓인 날 더 이상 숨을 곳조차 없는 호사도요들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강추위와 눈 속에서도 전혀 움추리지 않고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고 몸단장을 게을리하지 않는 녀석들이 볼수록 재미있고 예쁘기 그지 없다.
호사도요들에게는 시련일 수 있겠으나 이 또한 삶의 한 여정일 것이고 시련이 클수록 봄을 맞이하는 희열도 클 것이다.

눈 속의 호사도요(Painted snipe)

어디로 가는 길일까?

막다른 길. 설산을 올라본다.

이 길이 아닌개벼.

어디로~ 갈거나

요리 한번 가보드라고..

게 누구 없소?

아자씨는 뭘 그리 찍어쌓소? 모델료도 안주고..

멈출 수 없는 깃 단장, 먹이활동.

흘끔거리는 눈길. 하늘의 적정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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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둥이 왈 "와 연아 호사도요다"

지금 할 수 있는 최고의 은신. 살기 팍팍해졌다.

잘 보여주지 않는 날개짓.

호사도요, 수영도 잘 한다.


이날 여섯마리의 호사도요들이 관찰되었다.
암컷 두마리는 어디로 갔는지 한참 아래쪽에서 관찰된 후 보이지 않는다.
눈이 녹은 이후 이 곳의 서식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눈에 눌려 납짝해져버린 풀들이 더 이상 호사도요들의 안전한 은신처가 되어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인기척을 느끼면 멀리 달아나지 않고 풀 뒤로 슬쩍 돌아 은신하던 특기를 발휘할 수 없는 서식조건이 되어버린 것이다.
천적에도 여지없이 노출되어 있다.
호사도요를 습격하는 황조롱이를 목격하였다.
그래서인지 이날 이후 호사도요들은 약간 아래쪽으로 이동하여 생활하고 있다.
수심은 다소 깊지만 보다 안전한 은신처가 되어줄만한 지형이 이들에게는 중요한 탓이리라.
시련의 시기 잘 버티어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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