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저녁에 아랫집 아짐이 뭘 싸들고 숨가뿌게도 오신다.
아짐이라 하나 연세가 80이 넘은 할매다.
누가 지꺼리를 가져와서 담갔다고 한보새기 가져오셨단다.
"간도 안봐서 맛이 한개도 없을 것이여"라는 말씀을 남기고 또 부리나케 가신다.


방에 들어와 열어보니 군침이 확 돈다.
씻지도 않은 손으로 집어먹어보이 웬걸 간이 이렇게 잘 맞을 수가 없다.
할매들 말짱 거짓말중의 하나 "간도 안봤어".
또 하나 "맛이 한개도 없어".
그러나 간도 잘 맞을 뿐더러 맛도 겁! 나게 좋다.
밥 생각이 왈칵 없어 고민하던 차였으나 구미가 동하여 얼른 압력솥에 밥을 안친다.

김치 한가지로 두그릇을 비웠다.


하도 간만에 하는 밥이라 다소 질게 되었다.
김치 걸쳐 먹다보니 한그릇이 금새 비었다.
한그릇 더. 
과식하고 말았다.
오늘 저녁 돌아가신 어머니가 몹시도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