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천지에 풀들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눈이 오건 비가 내리건 봄은 여지없는 봄이다.
풀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작년 밭농사 풀을 못잡아 많이 망쳐버렸기에 올해는 기필코 풀의 기세를 꺾고야 말리라는 각오를 날카롭게 세워야 할 때이다. 
묵어버리다시피 한 철쭉밭을 어제 오후부터 매기 시작하였다.  
아직은 뭐 손댄 표시도 안나고 언제 끝을 볼 지 모를 기나긴 싸움의 시작이다.

오전 내 밭을 매고 나니 몸땡이는 나른하고 입 속이 텁텁한게 요상시랍다.
뭔가 입맛을 일깨울 강력한 봄내음이 필요하다.


며칠 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일을 실행에 옮길 때이댜.
집안 곳곳에 돋아나기 시작한 머위잎을 무쳐먹기로 한다.
막 돋아나기 시작한 어린 잎이라 생으로 그냥 무쳐먹기 좋을 때이다.


며칠 전 엄마의 지도를 받아 겉저리 맛나게 무쳐먹었노라고 자랑하던 영태한테 전화를 걸어 겉저리 무치는 요령을 물었다.
먼저 간장을 치란다. 간장? 무신 간장? 생각지도 못했던 간장이다.  
간장이 들어가야 맛있다고 한다. 헐!
어머니가 물려주고 가신 20년은 족히 묵었을 조선간장을 적당량 넣았다.
다진 마늘.. 없으니 넣었다 치고.
깨소금, 고추가루.. 깨소금은 넉넉히 부었다.
고추가루를 찾을 길이 없다. 금방 먹을건데 고추장이 나을거라는 생각에 각시가 만들어놓은 초고추장을 넣고 버무렸다.
너무 쓰지 않을까 싶어 산야초 효소를 약간, 옛날 어머니들 표현을 빌리자면 그짓갈로 살짝 쳤다.
꽤 그럴듯 하다.
보기만 해도 침 넘어간다.


미나리 살짝 데치고 장모님이 주신 갓김치에 청양고추 준비하니 점심밥상이 그들먹하다.


머윗잎 무친 것은 맛이 환상이다, 진짜로. 간도 안봤는데..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알싸하게 혀를 자극한다.
다시 만든다면 이 맛이 날까? 
무엇이 주효했을까? 간장? 초고추장? 산야초 효소?
적당량 잘 어우러지게 버무려낸 내 손맛이 아닐까 싶다.
눈 깜짝할 사이 맛난 반찬 잘도 만들어내시던 마술같은 어머니들 솜씨를 재현하게 될 줄이야.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화단 한쪽 어머니께서 늘 정성을 들이던 수선화가 곱게 피었다.
세월이 흘러 어머니 기억은 갈수록 흐릿해지는데 수선화는 해를 거듭하며  포기가 무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