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보러 다니다 보니 탐조인들을 만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전혀 나하고는 인연이 없었던 말을 듣게 된다.
'조복', 처복밖에 모르던 내가 조복 좋다는 말을 이따금 듣는다.
보기 힘든 귀한 새를 보는 운이 따른다는 것인데..


재작년 5월, 논바닥에 앉아 있는 백로들만 봐도 사진기를 들이대며 신기해하던 시절 묘하게 생긴 녀석을 발견하였다.
오리도 아니고 뭇도 아닌 묘한 생김새를 보고 '그놈 참 이상하게 생겼다' 하고 찍어두었었다.
뒷걸음질 치던 소가 쥐를 밟은 격. 나의 범상치 않은 조복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당시에 이 녀석의 정체를 알았다면, 그래서 눈여겨 보았더라면 아마도 이 녀석의 산란과 주위에 있었을 수컷의 포란과 육추 등을 관찰하게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나는 두달이 더 지나서야 이 녀석이 매우 귀하게 관찰되는 희귀한 녀석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로부터 1년후 작년 가을 다시 만난 호사도요들로 하여 나는 본격적인 탐조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특히 호사도요와는 남다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아메리카메추라기도요.
작년 가을 석양이 좋던 날 갈곡천 하구에서 담은 녀석이다.
이 녀석은 기록 사진조차 거의 없는 관찰기록이 대단히 드문 녀석이다.
해서 많은 탐조인들이 사진을 올리는 사이트 '버드디비'에도 이 사진 단 한장만이 올라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이 녀석 역시 그저 우연히 내 사진기에 담겼고 이 녀석을 알아보는데는 무려 세달이 걸렸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황혼녘이라 사진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지만 녀석의 동정 포인트가 잘 잡힌 사진이라고 한다.


녹색비둘기. 이 녀석은 지난 3월 초 사진 찍을 생각도 없이 목욕하러 가다가 길가에서 만났다.
밤새 마신 술이 덜 깨어 시야도 흐릿한데 어쩌다가 눈에 띄었는지..
못보던 새가 언뜻 차창에 스쳤더랬다.
어찌나 착하기까지 하던지 50미리 접사렌즈로 녀석의 코 앞에 사진기를 들이대고 담았다.

이 정도면 조복 좋다 할만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나는 처복이 더 좋은 사람이다. 
이제는 처복에 차이지 않기 위해 조복은 덜 좋아도 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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