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에 찍은 하나씨 사진

우리 옆집에 허리가 팍 꼬부라진 할매가 한분 사신다.
올봄까지만 해도 하나씨랑 함께 사셨는데 하나씨가 먼저 돌아가시고 인자 혼자 사신다.
하나씨는 96세인가 드셨었고 할매는 88세다.
하나씨는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정하시기 이를데 없었다. 길을 가다 한번씩 태워드리면 "인자 나이 먹응게 어깨도 쑤시고 허리도 아프고 죽겄단말이" 하시며 팔 다리 아픈것이 새삼스러운양 말씀하시곤 했다.
90을 넘어 잡순 양반이 하시기에는 꽤나 때늦은 푸념이 아닐 수 없다.
'하나씨 허리는 나도 아프요' 속으로 그러고 만다.
그렇게 정정하셔서 괭이질, 삽질을 손에서 놓지 않으시더니 넘어져 다치시기를 몇차례 반복하시다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다.
할매는 그런 하나씨를 두고 옆동네 초상 소식만 들어도 하나씨는 어째 안돌아가시는가 모르겄다고 야단이시더니 하나씨 돌아가시던 날 아침 우리집에 달려와 "아이 아직에 인나서 봉게 돌아가셨드란말이" 하시며 눈물바람하셨다. 
두냥반 말캉에 앉아계신 사진 하나 박아드린다는 것이 낼낼 미루다 영영 때를 놓치고 말았다.

하나씨 돌아가시면 옆집 빈집 되게 생겼다고 내심 걱정이 많았는데 자식들한테 안가시고 할매 혼자 집을 지키며 살고 계신다.
그냥 그게 편하신 모양이다.



올해는 감이 풍년이다.
우리집 울타리에 하도 뽀짝 심어 2/3는 우리집에 넘어와 달린 감을 보며 "오메 저 많은 감을 인자 누가 따까?" 싶었는데 어제는 아들 손자 며느리 한꺼번에 다니러 와서 감따느라 부산하였다.
그 감 한소코리 자가용에 싣고 오신다. 멫개 안된디 먹어보라고..
나는 오늘도 할매들 덕에 살고 있다.

우리동네 할매들 자가용. 한두대씩은 다 가지고 계신다.

귀가 꽉 잡솨부러서 넘 말은 전혀 듣도 못하고 한바탕 할매 말씀만 하고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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