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리 총각 석대와 서귀포 열리 총각 경록이와 함께 마신 술이 거나하여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이미 해가 솟았다.
표선 해수욕장은 제주바다답지 않게 간만의 차이를 심하게 느낄 수 있다. 
마치 서해의 작은 해수욕장같다.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들여다보니 좀도요, 민물도요 등이 이리저리 종종거리며 몰려다니고 있다.

좀도요

민물도요

세가락도요



새우란을 보러 중산간 마을 가시리로 올라가니 금방이라도 비가 올 양으로 날이 겁나게 우중충하다.
정석항공관 근처 유채꽃길이 곱다.
길은 이렇게 휘어지고 돌아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요사이 새로 뚫는 길은 너무나 폭력적이다.


길 가에 차를 세우고 잡목 숲으로 들어간다.
전혀 길이 없을 것 같은 숲 속에 길이 사방팔방으로 뚫려 있다. 고사리꾼들 덕이다.
고사리꺾기가 한창일 때는 고사리보다 사람이 더 많다 한다.
금방이라도 비는 내릴 듯 하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 석대가 부른다.
"여기 있수다, 이리 옵서"
참 곱다.


차 한잔 마시고 가자 한다.
정석항공관 뒤편, 큰사슴이오름 자락에 위치한 '참 곱다'는 차 만드는 집.
재작년엔가 큰사슴이오름에 올랐다 소나기를 만나 쫄딱 젖어서 들어갔던 집이다.
이 집에는 계속 신세만 진다.
차 맛이 매우 순하다.
차 마시고 나서는 길,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중산간에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