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집을 치워야 했다.
봄 제사와 가을 추석, 1년에 두차례 뿐인 집안 대청소.
각시는 집안을 맡고 나는 외부 집터를 맡는다. 내 임무의 핵심은 잡초 제거이다.
"나 죽으먼 쩌그도 풀 나고 사방간디 풀밭 될거이다"고 늘 말씀하시던 어머니.
어머니는 선견지명이 있으셨다.
지난 가을 우리집에 온 병길이성은 황성옛터에 온 기분이라며 운치 있어 좋다 하였다.
어머니하고 죽이 잘 맞아 늘 드나들었던 터라 어머니가 집을 어찌 관리해왔는지 잘 아는 양반이다.
좌우튼 사방간디 쳐올라오는 풀을 맸다.
이렇게 해서 뽑아낸 풀이 트럭으로 두대를 치우고도 뿌리째 캐낸 억새 한트럭이 아직 남았다.
한 사날 서대고 나니 그럭저럭 봐줄만 하다.
집 안도 마찬가지, 무지하게 버리고 나니 좀 말끔해졌다. 뭘 그리 끼리고 살았던 건지..
각시와 나, 지금의 이 상태를 주욱 유지하자고 다짐하고 다짐해 본다.
지금같으면 그 어떤 손님이 온다 해도 당황하지 않고 받을만 하다.


집을 치우는 동안 각시와 함께 점심밥상에 몇차례 마주 앉았다. 점심밥상이 한결 풍성하고 뻑적지근하다.
풀 매다 뜯은 먹을만한 풀과 나물, 이제 곧 먹지 못하게 될 두릅순..
가는 봄이 아쉽다.


풀 속에서 건져올린 당귀, 취, 참나물


땅두릅이 너무 쇠얐다.


참 맛있다. 내가 한 것하고 꽤 다른 맛이 나서 물어보니 들깨가루를 넣었다 한다.


막걸리 한잔.. 두잔.. 세잔..


크~ 좋다! 존 술 먹고 인상은 왜 쓰는 건지..


커버린 머위는 이제 삶아서 무쳐먹어야 한다. 쌉쏘롬한 맛이 매우 좋다.


뽕잎 묵나물.

밥상은 이렇게 비워주어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