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루 종일 선선한 바람에 비가 오락가락, 일하기 딱 좋거나 놀기 딱 좋은 날씨.
어제 모내기를 마친 나는 한갓진 마음으로 논배미를 오가며 모내기 뒷수습을 할랑할랑 하고 다녔다.
세상사 어찌 되었건 모 숨어놓고 나니 올 농사 다 지은 것 같고 세상이 다 내것 같다. 
이제 크는 모와 더불어 모가 나락이 되고, 나락 목아지 숙어 가울걷이 할 때까지 농사꾼 세월은 일사천리로 흘러가고 말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제 시작인 듯 하지만 올해도 이미 다 가부렀다. 

농사꾼한테 이보다 흐뭇한 광경이 또 있을까?
내 논에 물이 들어간다. 콸콸..
옛 어른들이 꼽는 세상에서 가장 옹골진 풍경 두가지, 내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것과 내 논에 물 들어가는 것. 


물 잡힌 논을 고른다. 이른바 써레질이다.
어떤 지방에서는 이 과정을 '논을 삶는다'고 표현하는 모양이다.
정감 있는 적절한 표현이다. 아쉽게도 우리 동네에서는 그런 말 안쓴다. 

써레질하고 이틀만에 모를 심었다. 이앙기가 좋아져서 가능한 일이다.
손으로 밀고 다니던 보행 이앙기같으면 최소 4~5일간은 흙물이 가라앉고 땅이 굳기를 기다려야 했다. 

모내기를 마친 논에 비가 내린다.
이런 비는 가히 '약비'라 할 만하다.
빗방울 장단에 모들이 살랑살랑 춤을 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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