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만 끝나믄..'
큰일 하나 치르고 나면 다른 일이 꼬리를 물기 전에 벼락같이 하고 잪은 일을 해치워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모내기 끝나먼 제주도 한번 갔다 오세" 하고 버릇처럼 말해두었었다.
평일, 휴일 가릴 것 없는 농사꾼 처지이기는 하나 공부방 일을 하고 있는 각시와 함께 하기 위해서는 휴일을 택하는 수밖에 없다.
장맛비가 온다는 예보는 있었으나 지금이 아니면 한정없이 미루어지거나 아예 없던 일로 되겠다 싶어 제주행을 결행하였다. 
각시와 함께는 딱 거의 1년만이다.  

이번에는 술을 몽땅 마시고 돌아다녔다. 아니 술을 이겨먹지 못하였다.
콩 갈고 논마다 물 틀어놓고 헐레벌떡 마감 직전 포도시 올라탄 제주행 막비행기, 내리자마자 한시간을 달려가 술을 먹기 시작하였으니 한라산 정기받으며 사는 제주도 총각들과 먹는 한라산 소주를 배겨낼 재간이 없었던 모양이다.
마지막 날에는 술이 무서워 소리소문없이 제주시로 도망나와 하룻밤을 묵고 돌아왔다.

몹시 닮았다.

왜들 장가갈 생각들을 안하는 것인지..


술 다루는 솜씨들이 보통은 넘는 술의 강자들, 엄습하는 내공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 앞에서 나는 술 먹다 앉은자세 그대로 자는 신공을 펼쳤다.
흔들어 깨우면 본능적으로 술잔을 집어들고.. 마지막에는 간장종지를 집었다나 어쨌다나..


몸국으로 속을 달레었다.
돼지고기 푹 고은 국물에 제주 사람들이 몸(아래아 표기가 안된다)이라 부르는 해초(모자반이라 한다)를 넣어 끓인 몸국은 해장에 딱이다.
전주에 콩나물국이 있다면 제주에는 몸국이 있다 할만하다.
아직 술은 덜 깨었지만 몸국에 청양고추 한 댓개 씹어먹으니 속이 잘 풀어진다.
남은 술기운은 막걸리 두어잔으로 갈무리한다. 
살 것 같다.
가시리에 있는 사거리 명문식당에서 먹었다.
같이 먹은 가시리 사람이 추천하는 몸국집이다.


호박넝쿨이 제주 담을 넘는다. 구렁이마냥..
얼기설기 쌓은 담이 예술이다. 이렇게 쌓아야 태풍에도 절대 넘어가는 일이 없다 한다.



숲길도 걷고..
화산토 '송이'를 깔아놓은 숲길이 호젓하다. 사려니숲길이라 했다.


사랑을 속삭이는 동박새도 보고..
오른쪽에 앉은 녀석 전기 왔다. 


까마귀도 보고..
웃는다.


한라산 노루도 보고..


오름도 오르고..


바당도 보고..
그러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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