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대북지원에 대한 농민들의 정서를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다.
전라북도 하고도 고창의 이야기이다.

전농은 노무현 정부 말기에서부터 쌀 대북지원 '법제화'를 위해 싸웠다. 
대통령 맘에 따라 하면 좋고 안해도 별 수 없는 그런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일로 법으로 못을 박아두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정권마저 한나라당한테 넘겨주고 말았다.
대통령 이명박은 한톨의 쌀도 북으로 보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쌀값을 잡아 물가를 잡는다는 기조로 집권 초기부터 쌀금이 꿈틀 할라 치면 정부미를 풀어 단번에 진압해버리는 단호함을 보여주었다.
2008년 가을 이른벼 수확이 한창이던 추수기에 공공비축미를 대량 방출한 사건은 역대 어느 정권도 감히 하지 않았던 개망나니 짓으로 농민들 가슴 한켠에 시퍼런 멍자욱으로 남아 있다. 
당시 추석을 앞두고 추석맞이 햅쌀공급을 목표로 수확중인 이른벼 가격이 소폭 반등하려던 찰라 취해진 대통령 이명박의 선물이었다.
그 사건 이후 본격적인 하락세로 방향을 잡은 쌀금은 오늘에 이르러 18년 전, 20년전 쌀금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그래서 농민들은 오늘날 쌀값폭락 사태의 원인에 대해 이렇게 진단한다.
추곡 수매제도를 폐지하면서 추구한 쌀 가격의 점진적 하락 정책(국내산 쌀 가격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하락시키겠다는) 이 대통령 이명박을 만나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과 완전히 중단되어버린 쌀 대북지원이 그것이다.
둘 다 굳이 부연설명이 필요치 않을만큼 명확한 사실이다.

농민들의 정서는 어떠하였는가?
지난 시기 40~50만톤의 쌀이 북으로 올라갈 때 이에 대해 마땅치 않게 생각하던 농민들이 다수 있었다. 국내의 일반적인 찬반여론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던 것이 이병박 정부 들어 대북지원이 전면 중단되자 농민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하였고, 지난 가을 시작된 쌀대란을 겪으면서 대다수 농민들은 쌀 대북지원 재개만이 작금의 쌀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비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 농민들은 가격은 고사하고 다 가져가기나 하겠느냐(전량수매가 가능하겠느냐) 하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농협창고, 미곡처리장마다 가득 가득 쌓여 있는 나락들로 더이상 쟁여넣을 공간조차 없기 때문이다.

지금 고창군 농민회에서는 쌀값 문제를 화두로 마을 좌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농민회에서 말한다. 
쌀 문제와 관련하여 "작금의 쌀값폭락 사태의 책임은 명뱍하게도 대통령 이명박에게 있다. 특히 쌀 대북지원 중단은 오늘날 쌀값폭락을 불러온 핵심 원인이기에 당장 재개되어야 한다. 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농민들이 먼저 나서서 통일쌀 보내기 운동을 시작하자. 이를 범국민운동으로 발전시켜 정부를 압박하자"
작년 이맘때쯤이라면 있었을 법한 말씀들이 전혀 제기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보내는 건 존디 갈수는 있는거냐? 이명박이 마다 허는디.." "이북놈들 미워서 싫다" 등등의..
이어서 올 가을 나락벨 때 통일쌀로 보낼 나락 한가마니씩 내놓는다는 약속을 서명으로 해달라고 서명용지를 내민다.
10명이면 너댓명의 농민들이 이에 호응하여 서명한다.
작년과 올해 사이 농민들의 대북관이 우호적으로 바뀔만한 특별한 일은 없었다.
다만 농민들은 매우 온정적이다. 굶는 사람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한다. 넘쳐나서 어려운 내 곡간의 사정과 이북의 어려운 식량사정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농민들은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다.
명백해보이는 해결방안을 눈 앞에 두고 망설이거나 이유를 달 여유가 없는 것이다.

북의 홍수 피해를 두고 쌀 대북지원을 재개해야 한다는 한나라당 내부의 의견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이 말하는 내용을 보자면 그간 전농과 농민들 그리고 각계각층 양심있는 사람들이 요구하고 제기해온 것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전농은 이를 "민족에게 평화를, 농민에게 희망을!"이라는 구호로 압축하여 제시하고 있다.
어제는 만나는 농민들마다 뉴스에서 본 대북지원 이야기를 한다.
이번에는 되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강하게 실어 말씀들 하신다. 
"xx놈 이번에도 그냥 말먼.."
정부는 그 동안 대북지원을 재개하라는 요구에 대해 사료용 운운 하며  "차라리 개를 주겠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변화가 없다.

정부는 아직 이러고 있다.



개들은 좋아할까?
아마도 우리만도 못한 놈들이라고 욕할 것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대통령 이명박의 정치적 운세를 위해서도 이번 기회는 절대 놓칠 수 없는 하늘이 준 기회로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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