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포를 출발한 우리 일행은 남양천이 흐르는 서면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버스를 타고 도동까지 이동하였다.
굳이 남양을 들른 이유는 그곳 남양천에 작은도요가 도래하였었다는 소식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도요류 이동의 절정기가 지나서인지 도요새는 보이지 않고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등속뿐이다.
어제 갔던 태하천만 못하다.
도동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저동항으로 향한다.

울릉도의 어업전진기지라 하는 저동항은 협곡에 자리한 도동항과 달리 해안을 따라 넓게 포구와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싱싱한 생선과 오징어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달리 어판장이나 포구나 한산하다 못해 쓸쓸하기까지 하다.
오징어를 수소문하니 요즘 통 나오지 않아서 아마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바다가 한바탕 왈칵 뒤집어질만한 태풍이 지나간 다음이라야 오징어가 나오는데 그럴만한 태풍이 없었다는 것이다. 
허 참, 울릉도에 와서 오징어를 보지 못하고 가다니..
오징어 내장으로 끓인다는 오징어 해장국을 맛보기는 글렀다.
이렇다 할 해산물도 없어 저동항에서 한잔 하겠다는 계획은 작파하고 도동항까지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걸어서 돌아가기로 한다.
시각은 막 정오를 지났다. 봉래폭포는 다음 기회로..

저동항 방파제를 넘어서니 용머리처럼 튀어나온 바위 절벽 위에 행남등대와 해안 산책로가 아스라이 펼쳐진다.
도동항까지 가는 해안길의 1구간쯤으로 보면 된다. 
행남등대는 들려도 되고 그냥 지나쳐도 무방하나 해안길을 걷다 만나는 소나무와 산죽 우거진 숲길을 걷는 맛도 좋고 행남등대에서 바라보는 저동 방면 전망도 좋고 하니 가급적 경유하는 것이 좋겠다.
멀리 보이는 해안 산책로 끝 부분에 골뱅이 다리라 불리는 나선형 철제 계단이 있다.
60여 미터를 뱅뱅 돌아 단숨에 수직 상승하는 곳으로 저곳을 오르고 나면 신체의 여러 기관이 세상과 더불어 함께 뱅뱅 도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다. 

행남등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저동항 방면 풍경.
거대한 공룡이 막 입수하는 듯한 형국, 잠룡 입수 형국이라 해야 하나?
방파제의 촛대바위, 북저바위, 죽도, 관음도 등이 조망된다.
등대를 돌아내려와 다시 바닷가에 서니 행남 부두, 여기에 컨테이너 박스 가져다 놓고 좌판 벌여 해산물을 파는 곳이 있다.
이쯤에서 한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적재적소에 자리 잡은 고마운 집이다.

홍합
소라
전북 껍데기처럼 두툼한 홍합 껍데기
순삭
해물 라면

우리는 여기에서 꽤 오랜 시간 머물렀다.
울릉도 바다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이 독특하고 참한 맛을 보여준다. 
어느덧 4시가 넘어 남은 길을 재촉한다. 

갈 길 바라보고..
온 길 되돌아보고..
 

5시 25분, 우리가 타고 갈 배가 들어온다.
이것으로 울릉도 여행이 마무리되어간다.
마지막으로 걸은 저동에서 도동까지의 해안 산책로는 찻길을 따라 걷는 것과는 완전히 달라 발길 닿는 곳마다 펼쳐지는 절경은 경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바다 복판 자맥질하는 돌고래 떼, 싱싱한 해산물에 곁들이는 알싸한 소주, 적당한 다리의 피로감..
육지로 돌아가는 마지막 날 중간에 충분히 쉴 시간까지 가늠하여 뱃시간과 맞추어 도동항에 도달할 수 있게 여정을 짜면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라 하겠다.
우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