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다녀온 지가 벌써 한달이 지났다.
왜 2박 5일인가?
울릉도에 오며 가며 길에다 버린 시간이 이틀은 된다.
그만큼 멀고 외진 곳, 꽤나 큰 맘 먹어야 갈 수 있는 곳이 울릉도이다. 
아쉬움이라는 것.  
간고분투했을 개척민들의 숨결, 울릉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조금이라도 알기 위한, 이를테면 옛길을 걷는 것.
그리하여 점점이 흩어져 있는 외딴집과 텅텅 비어가는 오지 마을을 지키는 진짜배기 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면..
울릉도의 빼어난 외관에만 감탄하다 다시 떠나오니 뭔가 무지 허전하더라는 함께 여행했던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의 심사에는 다 이유가 있다. 
풍치수려한 해안길을 벗어나 숨 할딱거리며 땀 한바탕 쓰겄게 쏟아야 넘을 수 있는 옛 고갯길을 걸어보지 못한 아쉬움. 
이는 울릉도 개척기 각 지역과 마을에 얽힌 사연과 역사를 좀 더 깊이 알고 있어야만 가능했을 것이기에 결국은 준비없이 무작정 가고 보자는 여행이 가져온 필연적인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리분지에서의 하루, 학포에서의 하루는 훌륭한 선택이었다.
숙박지가 섬의 안창과 해안에 각기 자리하고 두 곳 다 울릉도 개척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었기에 섬의 안창과 해안을 두루 둘러봄은 물론 울릉도 개척사에 대한 작은 접근이라도 가능하였다.
첫날 해안파과 산중파로 나누어 걸음을 달리한 것도 잘한 것이었다.
공동행동을 고집하여 모두가 산으로 갔더라면 힘에 부치는 산행이 가져왔을 후과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모두가 성인봉을 포기해버렸다면 그로 인한 아쉬움 또한 뼈에 사무쳤을 것이다.
여행은 역시 서로를 잘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맘에 맞는 사람들하고 하는 것이 좋다는 것.

여행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갈무리에 있다.
여행의 흥취가 최고조에 달한 조건에서 깔끔하게 대미를 장식할 그 어떤 것.
산행 후의 탁족이랄지..
예술인은 뭔가 달라도 달랐다.
홍규형은 울릉도 바다에 몸을 담그는 것으로 여행을 갈무리해야 한다는 바램을 모두를 선동하여 끝내 성취하고야 말았다.
여성들은..?
이는 어쩌면 형의 오랜 숙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울릉도에 가게 된다면 그때는 보다 여유로운 걸음과 시선으로 울릉도와 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

박홍규 2005년 작.
푸른바다 저 멀리 새희망이 넘실거린다.

다 큰놈들이 흉측하다 마시고 열다섯 소년들로 보아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