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신 손님들 덕에  늦가을 선운사에 갔다.  
입장료를 내지 않는 길을 택하니 살짝 땀도 배고 막걸리값을 벌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늦가을 선운산은 온 산이 단풍이라기보다 울긋불긋한 색이 곱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관광객이 붐비는 본절 앞에 이르니 마지막 힘을 쏟는 단풍과 이를 사진기에 담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쓸쓸하지 않은 부산한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하다.

산을 넘어 당도한 석상암 아래 차밭

본절 앞 극락교

부지런한 나무들이 잎을 열심히 떨구며 겨울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등산객이 붐비지 않는 호젓한 길을 골라가며 오른다.
마애불이 있는 도솔암으로 오르는 동안 부지런히 떨어지는 낙엽이 마치 비가 오는 듯 하다.
물소리 들리지 않는 말라버린 계곡엔 낙엽만이 수북하다.


마당 한가득 불공을 드리느라 부산한 도솔암을 피해 마애불 앞에 선다.
투박한 얼굴, 대충 새긴 손가락, 발가락.
전문가의 솜씨가 아니다. 당시 민중들이 새긴것이라 해도 무방할 거라고 홍규형은 말한다.
그렇기에 부처의 얼굴도 민중들 자신의 얼굴로 투박하게 새겨질 수 있었던 거라 한다.
민중들의 염원은 미륵불로 현신하고 이는 갑오년에 이르러 손화중 장군의 비결서 취득으로 이어진다.
손화중 장군은 비결을 꺼낸 뒤 “후천개벽의 시대가 왔으며, 머지않아 미륵이 내려와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제할 것”이라 말했다 한다.
갑오년 농민군이 이루지 못한 비원은 오늘날 민중들의 고통과 염원으로 고스란히 계승되고 있다.
선운사 미륵은 지금도 퉁방울같은 눈으로 민중들을 굽어보고 있다.

투박한 얼굴.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다.

대충 새긴 손발. 배꼽이라기보다 명치라 할 만한 위치, 백회로 봉인된 부분에서 비결서를 꺼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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