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을 한 두어마지기 갈었다.
작년 절반이나 될랑가..
추석을 쇠러 집에 내려갔더니 폴쎄 땅콩 캘 때가 되야부렀다는 것이다.
추석을 쇤 이튿날부터 땅콩을 캐기 시작하였다.


명백히 꾀병을 부리는 것으로 판단되는 막둥이를 제외하고 큰놈, 작은놈, 각시, 그리고 나까지 네식구가 달라붙었다.
아~ 날 무지하게 덥다.


아이들이 치맥을 먹자 해 그러자 했더니 마지막 힘을 짜내고 있다.
피도 안마른 놈들이..
그래도 군소리 없이 손을 넣어주는 것이 대견하다.
이튿날 오전 일을 채 채우지 못하고 서울로 올라와버리고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가고 각시 혼자 고생하였다.
금요일 다시 집에 내려가 이제는 나 홀로 이틀을 더 캤다.
한여름 땡볕을 무색케 하는 때아닌 무더위가 사람 잡치게 한다.


이웃집 할매 땅콩 쩨까 삶어갖고 맥주를 가져오셨다.
한자 허니라고 얼매나 욕보냐고..
오매 근디 맥주가 노지 것이다.
할매의 정만큼이나 종이잔에는 버큼만 수북히 차오른다.
잔수는 무쟈게 많이 나오고 배가 겁나게 불러분다. 단숨에 요기가 된다.

그리고 오늘 땅콩을 쳤다.
부안 사는 절친 덕순 아지매가 달려와 고생하였다.
아홉가매이를 건조장에 널었다.
올 날씨 치고 그럭저럭 수확하였다.
올 땅콩값은 꽤 비싸게 출발하였다.
농헙 땅콩공장에서 10만원씩에 수매한다 하였는데 상인들은 12만원씩 땡겨가는 모양이라..
작년 땅콩금이 좋지 않아 면적이 줄기도 했을 것이고 작황이 영 좋지 않은 듯.
말려서 담으면 야달가매이나 될까?
그리 계산하니 백만원이 채 안되는 돈이 수중에 떨어질 듯 하다.
생산비? 인건비? 놉 얻지 않고 일한 우리 식구 수고비 정도나 돌아오겄지.
좌우튼 맘은 홀가분허나 서울 가는 길..
삭신이 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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