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에 갈 일이 생겼다. 
방장산이라도 가야겠다고 맘 먹고 있던 차에 산행지를 장수로 변경하였다. 
때는 가을인지라 억새 좋은 산을 고르니 장안산이 걸려든다. 
장수 IC에서 그리 멀지 않다. 
시간이 어중간한지라 무룡고개에서 정상까지 왕복하는 것으로 길을 잡았다. 


산행 출발지로 잡은 무룡고개가 이미 1,000m가 넘는 고지인지라 정상(1,237m)까지는 불과 200여미터만 고도를 올리면 된다. 
동네 뒷산 오솔길같은 산길은 편안하기 짝이 없다. 
거리 3km, 한시간 가량이면 충분하다. 


등산로 주변 햇빛 밝은 곳에 핀 정영엉겅퀴, 꽃등에들이 바쁘다. 


정상까지 1.5km가 남았다는 표지판을 지나자  전망이 툭 터지는 억새능선이 나타난다. 
멀리 지리 주릉이 한 눈에 잡히고 지리산에서 달려온 백두대간의 산줄기들이 겹겹이 늘어서 있다. 


정상 인근, 지나온 억새 능선 너머 대간에 위치한 영취산이 보인다. 
기회가 되면 영취산에서 육십령까지 걸어보고 싶다. 


영취산을 지나 덕유산으로 달려가는 대간 산줄기. 

장안산 정상. 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호남정맥(호남금남정맥)이 일으켜세운 첫번째 산이면서 가장 높은 산이다. 
그래서 호남의 종산이라 일컫는 모양이다. 
정상은 밋밋하고 시야가 다소 답답하다. 
호남정맥의 시작점이면서 정작  호남의 산들은 조망되지 않는다. 
정상을 지나 정맥길을 따라 산을 좀 더 타보기로 한다. 


꽤 내려갔는데도 시야 터지는 능선길이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고 돌아갈 일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이쯤 해서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되짚어 오르는 길, 보지 못하고 지나친 구절초 한무더기를 만났다. 
가을이다. 
 

지나온 산길을 밟아 다시 무룡고개에 서니 5시가 좀 지났다. 
대략 3시간 가량을 산에 머물렀다.  
장안산에서 바라보는 지리 주릉은 장엄하다.
지리산에서 달려와 덕유산으로 달려가는 장쾌한 대간줄기가 한 눈에 잡힌다. 
억새 우거진 가을 능선이 호젓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