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을 꺾고 농민운동에 투신한 한 예술가가 있었다.
농민회 결성을 앞두고 선전물을 만들기 위해 창작의 붓을 다시 든다. 
목판화이니 붓이 아니라 조각칼이겠다.
벽보를 만들자 하였으나 아무래도 적당한 소재를 찾지 못하고 직접 창작해버리고 만 것이다.
소주 한병(두병?) 먹고 밤새 칼질하여 하루저녁 사이에 생산해냈다 한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자신이 생각해도 경이로운 일이었다 말한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역동성을 보라.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농민 자신의 조직, 농민회 건설을 앞둔 벅찬 흥분과 감동. 
농민들이 행진을 한다. 
남녀노소가 함께 하는 이 행진, 오랜 질곡을 깨고 역사의 전면에 나서는 각성된 농민들의 행렬이다.
승전고 울리며.. 농민해방 깃발을 앞세우고.. 
이제 이 작품은 작가의 대표작이 되어 삼천리 방방골골, 농촌 현장 구석구석에서 오늘도 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그 예술가는 지금도 현장에 있다. 
농민들의 투쟁의 한복판에 두 발 굳건히 딛고 다양한 창작활동으로 농민들의 투쟁을 추동하고, 형상하고, 기록한다.
어디 투쟁 뿐이겠는가?
농민들의 생활, 감정, 분노, 희망을 노래한다.
현장에 뿌리박고 농민으로 살아온 30여 성상 공력이 있기에 가능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작품들을 생산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