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산은 장수와 함양 경계 영취산에서 분기한  금남호남정맥이 진안에서 온전히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으로 나뉜 후 일으킨 금남정맥의 맏형 격인 운장산과 연줄을 대고 있다.
운장산을 몇 차례 오르고 지도를 훑으며 운장산에서 구봉산까지의 종주를 꿈꿔보기만 했을 뿐 실제로 오르는 것은 처음이다. 
윗양명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곧바로 산에 붙었다. 

고만고만한 8개의 봉우리와 왼켠에 우뚝 솟은 주봉을 합하여 구봉산이다. 
1봉에서 8봉에 이르기까지 가파른 암릉길을 쉼 없이 오르내려야 하며 등산로가 꽤나 험악하다. 
더욱이 살포기 내려 쌓인 눈을 대비하지 못하고 아이젠 없이 오르내리자니 한 발 한 발 옮기기가  조심스럽기 짝이 없다. 

 

 

1봉 지나 3봉, 2봉이 어디 가부렀을까? 에라 1.3.5.7.9 다. 
아버지께서는 늘 싸나이 1.3.5.7.9 라 하셨다. 

 

 

3봉 부근. 주봉은 줄곧 구름에 가려 있다. 

 

4봉은 어디쯤에서 지나쳤을까?
1.3.5.7.9로 하기를 잘했다. 
각각의 봉우리는 주 등산로상에 위치해 있기도 하지만 일부러 품을 내서 오르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1봉부터 그랬고 2,4,6,7,8봉이 그렇다. 

이쯤 해서 허기진 배를 채운다. 
김밥이 많이 식었다. 알싸한 산상 소주가 좋다. 
여러 여건상 절대 많이 먹어서는 안 되겠다. 
그야말로 입맛만 다셨다. 

 

 

갈 길을 가늠해보고 다시 길을 나선다. 
어지간한 장갑은 구멍날 정도로 로프에 의지해야 하는 구간이 계속된다. 
이게 무슨 등산인가 유격인가 하다가 종국에는 우격다짐으로 되어간다. 

 

제7봉. 이 봉우리를 오르기 위해 별도의 품을 가장 많이 팔아야 했다. 
8봉은 우회한다. 등산로는 돈내미재로 한참을 내려간다. 
여기에서 다시 오르는 구봉산 주봉은 숫재 산을 새로 오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미끄러운 눈길에 필요 이상의 힘을 줘가며 내디뎌온 발걸음이 살살 무거워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겨울에 가시려거든 아이젠을 꼭 챙기시라. 

 

다 왔나 싶은 곳에서 한바탕을 더 올라서야 비로소 주봉에 도달하였다. 
6~7백 미터의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훌쩍 키를 높여 단숨에 1천 미터에 달하였다. 
날이 흐려 전반적으로 시야가 답답하기도 하거니와 정상의 조망은 의외로 밋밋하다. 

천황사 방면으로 길을 잡아 능선을 타니 날등에서 바라보는 시야가 시원하게 터진다. 
지나온 여덟 봉우리와 용담댐 물줄기가 한눈에 잡힌다.

 

천황사 방면 능선을 타다 바랑재에서 바랑골로 내려선다. 
가파른 길을 갈지자로 내려가지만 제동이 어렵다.
허벅지에 힘이 팍팍 들어간다.
한참을 내려와 물 흐르는 계곡을 만나니 산행도 끝나간다.
산행 날머리에서 차를 세워둔 윗양명 주차장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산행 후 나흘이 지났건만 이날 뭉친 허벅지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