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집에 왔는데 가창오리들이 아직 가지 않고 있네요. 
대단히 많은 수는 아니지만 꽤 많았습니다. 
동림저수지가 이제 가창오리 군무를 볼 수 있는 명소가 된 듯 합니다. 
어디로 뜰지 모르는 녀석들이라 자리 선택이 중요한데 그럭저럭 잘 잡았습니다. 
저수지 복판을 향해 툭 튀어나온 무덤이 있는 곳이 실패할 확률이 가장 적은 자리입니다. 
이 일대가 밭으로 변하기 이전 늘 소풍다니던 곳입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신평리 코도배기라 부릅니다. 
신평리는 저수지 복판에 수장된 마을 이름이고 코도배기는 코처럼 툭 취어나왔다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일제 식민 초기에 만들어진 저수지니 이제는 아득한 기억 속으로 잊혀져가는 지명입니다. 
이번에는 동영상으로 찰영해봤습니다. 
이 녀석들이 머리 위로 날아갈 때는 정말 전율이 느껴질 정도인데 수가 적어 다소 싱거웠습니다. 
정말 많을 때는 이 녀석들이 날아오르는 순간 거대한 폭발음이 만들어지고 가까이 날아오면 바람이 일어 머리카락이 흩날립니다.
또 녀석들 몸뚱이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소나기처럼 쏟아지지요.
지붕 위로 녀석들이 날아가면 전파 교란으로 테레비가 안나올 정도입니다.
지금은 그 정도의 대부대는 오지 않습니다.
십년도 더 지난 옛날 이야기가 되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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