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물꿩(Pheasant-tailed Jacana)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먼 길을 나서야 하는 부담감, 그러하기도 어렵거니와 설사 가더라도 꼭 보게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지난번 뜻하지 않게 팔색조를 본 이후 아무래도 우리동네 근방에서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보았다. 

마음속에 점지해둔 곳은 상하에 있는 가시연 군락지.

한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선뜻 거기까지도 발길이 닿지 않았다. 

그러던 차 해장 일찌기 뜸부기가 출몰한다는 소성 냇갈을 뒤지다가 작파하고 돌아오는 길, 감동골 방죽에 들렀다. 

논병아리가 정말 많은 논병아리 방죽. 

예의 논병아리를 보고 있는데 "이오 이오" 하는 낯선 울음소리가 들린다. 

한번도 대면해본 바 없고 소리를 들어본 바 없지만 물꿩이다 싶었다. 

망원경으로 유심히 훑어보니 역시나 녀석이다. 

참.. 사람의 직감이라는 것이..

이따금 울음소리를 내가면서 그리 넓지 않은 방죽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먹이활동에 열중하고 있다.  

가시연 잎에 붙어 있는 작은 곤충을 사냥하는 듯 하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한마리 뿐 짝이 보이지 않는다.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때는 한여름, 한반도를 강타한 폭염에 밤에도 잠 못이루는 열대야가 지속되던 때이다. 

녀석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땀에 온몸이 흠뻑 젖는 고역을 감내해야 했다. 

반면 녀석은 아열대지역 출신답게 활발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텃새로 살고 있는 논병아리, 쇠물닭에게도 되려 텃세를 부린다. 

기후 탓이리라. 

녀석에 대한 정보를 뒤져보니 일처다부제, 암컷은 알만 낳고 포란과 육추를 수컷이 담당한다. 

호사도요와 닮은꼴이다. 

수컷에 비해 암컷이 클 뿐 깃의 색깔과 형태가 암수 동일. 

녀석은 암컷일까 수컷일까?

녀석의 행동을 보면 감동골 방죽이 매우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내년에는 짝이랑 같이 올까?




















'새, 나비, 풀, 꽃 > 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물도요의 집단 춤사위  (2) 2012.10.25
넓적부리도요와의 짧은 만남  (2) 2012.10.22
팔색조를 보다.  (2) 2012.07.08
소쩍새랑 놀다.  (2) 2012.05.20
[동영상] 소쩍새가 운다.  (2) 2012.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