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은 끔찍한 한해를 보내고 있다.

극심한 가뭄, 가뭄 끝의 홍수, 다시 가뭄, 연이은 태풍의 강습, 다시 가뭄..

행여 빠진데 없나 살피듯 한반도 구석구석을 짓이겨놓은 자연재해.

그 결과는 32년만의 최대흉작, 살인마 대통령 전두환 이래 최악의 상황이다.

뿐인가?

물가 잡는답시고 애꿎은 농산물값 때려잡으며 미쳐 날뛴 대통령 이명박은 농업과 농민을 맨살채로 미국에 팔아 넘기고도 모자라 다시 중국과 농업을 희생양 삼아 협상을 벌이고 있다.  

주식인 쌀마저 자급하지 못하는 나라.

비소가 나오는 미국쌀, 영판 깨름직한 중국쌀이 차지해버린 나라의 식량창고.

지금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2%, 20년만에 반토막나고 말았다.

이런 나라를 놓고 OECD니 뭐니 허황한 개드립이 판치는 나라.  

 

오늘.. 비가 내린다.

태풍에 짓이겨진 들판은 아직 추수가 한창인데.. 털고 털어봐야 빚 개릴 풍신도 못되는 나락이지만 그래도 거둬야 하는데..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심사가 영판 꼬인다.

 

태풍 볼라벤이 호남의 곡창지대를 강타하던 날, 나는 뒤늦게 고속열차를 타고 집에 당도하였다.

태풍의 최대 고비는 이미 지나간 후였지만 여전히 차를 뒤집어버릴 듯한 강풍이 불고 있었다.

 

 

쓰러진 소나무가 곳곳에서 길을 가로막아 나서고 

 

 

들판의 나락밭은 강풍에 유린당하여

 

벼이삭은 이내 허옇게 탈수되기 시작하고..

 

 

저수지의 성난 파도는 뚝방을 타고 넘을 듯..  

 


 


 

처참히 짓뭉개진 비닐하우스와 찢겨진 비닐이 아우성치는 들녘은 가히 아비규환의 도가니였다.

 


 

고샅의 나무는 집을 덮치고

 

 

기왓장이 날리고

 

 

스레트가 뜯겨나갔으며



동네 어귀 모정은 맥없이 주저앉아버렸다.

 

 

며칠 후 태풍 덴빈이 몰고 온 장대비가 나락밭을 확인사살하였다.

 

그리고 오늘..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