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 통일역사 기행단의 일원으로 백두산에 다녀왔다. 

총인원 40명, 단촐한 인원. 

본래 80여 명에 달하였으나 태풍의 강습으로 반으로 줄고 말았다. 

9월 2일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장춘 거쳐 돈화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백두산 인근 이도백하에 첫날 여정을 풀었다. 

비행기 이동 거리 빼고 총 450여 km, 6시간가량이 소요된다. 

조선족 안내원 태호림의 말에 따르면 백두산 관광은 중국에서도 '엉덩이 마사지하는 관광'으로 일컬어진다 한다. 

중국의 10대 명승지이면서도 차를 타고 이동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용하기 때문일 터, 오줌보가 크고 짱짱하지 않으면 자칫 오줌 참은 기억만 또렷한 여행이 될 수도 있겠다. 

 

 

공항을 떠나 돈화로 향한다. 

제대로 통성명하지 못한 기행 단원들 간의 인사와 기행에 대한 기대와 결의를 다지면서 버스는 달린다. 

버스는 53인승, 의자 한 두어 칸 뽑아내버려야 널찍하니 편하겠구만 의자 간 간격이 매우 좁다. 

아직은 인구에 비해 차가 부족한 모양이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강냉이밭이 펼쳐진다. 

여기 심을 강냉이 종자만 공출해도 어지간한 나라 양식 걱정 덜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자고 일어나도 강냉이밭, 오늘도 내일도 강냉이밭.. 극심한 가뭄에 파농 했다는 미국의 강냉이 농사와 비교되게 농사가 잘 되었다. 

대부분 사료와 바이오 연료를 추출하는데 쓰인다 하는데 돈벌이가 나은 도시로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있어 생산 장려를 위해 농산물 생산량에 비례하여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토지는 국가 소유로 농민들에게 장기임대. 

 

 

조선족이 사는 집이다. 

조선족은 팔작지붕, 한족은 맞배지붕, 오리 키우면 한족, 닭 키우면 조선족.

조선족과 한족이 사는 집을 구분할 수 있는 몇 가지 요결을 전수받았다. 

마당 한켠 집과 떨어져 있는 건축물은 아마 변소일 터, 우리네 사는, 혹은 살던 살림살이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 정겹다. 

버스가 달리는 내내 호남 고속도로 혹은 서해안 고속도로 어느 구간을 달리는 듯한 낯설지 않은 풍경이 이어진다. 

풍경도 풍경이거니와 멀리는 고구려, 가깝게는 항일유격대의 피와 얼이 내 몸속에도 얼마간은 흐르기 때문이리라. 

언젠가는 수복해야 할 우리 민족의 땅이라는 생각도 스쳐간다. 

 

 

돈화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무려 오후 6시, 현지 시각으로는 5시겠다. 

저녁이라 해도 무방하겠으나 여기서 또다시 150km가량을 달려가야 하니 든든히 먹어두는 게 낫다. 

먹을 걸 앞에 둔 충북 어르신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ㅎㅎㅎ

"이걸 묵어 말어.."

하지만 먹을만하다. 여행지에 갔으니 그곳 음식 즐겁게 묵는 거이제..

다만 제대로 된 김치, 매움한 청양고추가 몹시 생각난다. 

 

휴게소에서, 차 속에서, 밥 먹으면서 내내 먹은 술이 취할 만도 한데 아무렇지 않다. 

여행이라는 묘약이 술기운을 물리치는 모양이다. 자다 말다 하는 사이 이도백하에 도착하였다. 

이도백하는 촌 동네이면서 관광지이다. 국경 근처의 변방도시. 

호텔에 짐 풀고 저녁 묵고 자리에 든 시각은 대략 11시쯤 되었던 듯하다. 

 

 

오늘의 이동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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