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건물들이 신축중인 이도백하의 아침은 공사장 소음과 함께 시작되었다. 

이른 새벽부터 공사장이 돌아간다. 중국 사람들 겁나게 부지런하네. 

5시 일어나 6시 숙소를 출발하여 백두산으로 향한다. 

한시간 빠른 것도 시차라고 꽤 졸린다. 

소나무 숲과 자작나무 숲을 지나  북파에 도착, 단체사진 먼저 박고 걸어 오를 사람과 차 타고 오를 사람이 별도로 움직인다. 



우리가 올라갈 길은 소천지 부근에서 옥벽폭포 지나 용문봉을 스쳐 천지 물가에 이르는 길이다. 

이른바 북파 트레킹 코스, 소천지는 어디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쳤다.

파(坡)는 언덕을 뜻한다 하니 백두산 북쪽 언덕을 올라 천지에 오르는 것이 되겠다. 



버스를 두어차례 갈아탄 후 산행기점에 도달하였다. 고도 1400m정도 된다 한다. 

산행 초입은 사스레나무 숲이다. 바닥에는 박쥐나물, 만병초 등이 우거져 있다. 

사스레나무는 백두산 가장 위쪽의 수목한계선을 지키고 있다. 

산행길은 대체적으로 편안하다. 



남쪽에는 이제 피겠지만 백두산에서는 철이 늦었을 것이다. 투구꽃이 보인다. 




어느결에 큰 키 나무들이 사라졌다. 

지피식물이 두툼하게 깔리고 그 위에 땅에 붙다시피 한 관목들이 들어차 있다. 

간간히 철 늦은 좀참꽃이 눈에 띄고 들쭉이 지천이다. 

새콤달콤한 들쭉이 갈증을 달랜다. 맛이 정금과 유사하다. 

들쭉나무가 정금나무속이니 사촌간쯤 되는 것이고 맛이 유사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날각지 없는 고산지대의 메뚜기. 겨울을 어떻게 나는 것인지 궁금하다. 



바위구절초일까? 잎파리를 눈여겨보지 않아 분명치 않다.  

이 녀석들이 만개했을 때를 상상해본다. 





백두산 최상층의 사스레나무숲을 지나고 있다. 

한라산 영실 지나 윗세오름으로 가는 길을 지나는 듯도 하고.. 거대한 구릉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구름들이 백두산을 더욱 신비롭게 한다. 




날등이 나타났다. 

왼편으로는 달문에서 장백폭포 거쳐 흐르는 거대한 계곡이 내려다보이고 오른편으로는 옥벽폭포와 그 아래 작은 계곡이 흐른다.  



옥벽폭포




두메양귀비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녀석도 철이 지나보이긴 하지만 남아 있는 꽃들 중에서는 가장 성성해보인다. 






너덜지대를 지나 이제는 들쭉나무도 사라진 초지를 한없이 걷는다. 

안개가 피어나고 구름은 여전히 오락가락한다. 

천지를 볼 수 있을까?

산에는 오직 우리 뿐이다. 



천지를 감싸고 있는 백두산 주릉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곳에서 바위종다리를 만났다. 

백두산 천지호반 주변에서 번식한다는 녀석을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망원렌즈를 챙길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게 했던 녀석이 예상했던 그 정도 위치에서 턱 하니 나타나주었다. 

월동은 남녘 땅 각처의 바위봉우리에서 하는데 나는 매년 선운산 천마봉에서 녀석들과 상봉한다. 

백두산에서 보니 무지 반갑다. 

300mm 망원은 가져오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아쉬움을 달랜다. 



이 녀석은 또 누구일까?

다람쥐도 아니고 그냥 쥐도 아니고.. 찾아봐야겠다. 

이 녀석.. 정체를 알았다. 우는토끼. 5년만이로군..






길은 또 이렇게 이어진다. 얼마 남지 않은 듯 하다. 

눈 녹은 물에 의한 침식작용인 듯 오랜 세월 깎아내린 골들이 산에 주름을 만들었다. 



저 위에 올라가면 천지가 보일까? 



봉우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두메분취가 아직 남아 있다. 백두산 들꽃에는 '두메' '구름' '바위'등의 접두어를 붙인 것들이 여럿 있다. 



야는 누구일까? 흰그늘용담인갑다 하고 생각했었는데 영 아니다. 

찾아봐야겠다. 혹시 아시는 분 갈챠주오. 



봉우리들의 위용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드디어 천지가 보인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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