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의 들녘마다 모내기가 한창이다. 
모내기는 나락 농사의 절반, 연하디 연한 모를 보노라면 저것이 언제 커서 나락이 되고 모개를 숙여 추수를 할까 싶지만 일단 모내기만 마치고 나면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쑥쑥 자라 금세 황금 들녘이 되고 만다. 
모만 심어놓고 나면 농사꾼 1년은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가버리고 만다. 
오늘은 이광석 전농 의장님 모내는 날.. 전농 본부 성원들이 다 같이 의장님 모내기에 출동하였다. 
일거리로만 치면야 이렇듯 모일 일도 아니지만 1년 농사의 절반이라 하는 모내기 기분을 한껏 발산해보고자 전격적으로 기획하였다. 
가랑비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씨, 모내기 하기에는 모나 사람이나 더없이 좋다. 

 

 

들판 한가운데 자리한 야트막한 동네, 20여 가구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전형적인 평야지대의 마을, 지대가 너무 낮아 보여 물난리 자주 겪지 않을까 걱정하니 바다가 지척이라 배수가 용이하여 물난리 걱정은 없는 동네라 하신다. 
농촌에서 보기 드문 처자 하나 논둑길을 바지런히 걸어간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흙일을 하며 분위기 잡는 위두환 사무총장님, 새벽 댓바람부터 물 장화 빌리러 다녔다 한다.
좌우튼 일꾼 태는 팍팍 난다.  

 

 

이앙기가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땟거리가 도착하였다. 
사실 논두럭에서 기분 내며 요것 묵을라고 모인 거이나 다름없다. 
갑오징어 통으로 삶고, 회로도 내오고, 삭힌 홍어에, 족발에 푸짐하기 이를 데 없다.
모심기에 앞서 일단 막걸리 몇 잔에 알싸해진다.  

 

 

시동 껐던 이앙기 다시 출발하고 의장님 이하 사무총장님 다시 일판으로 나섰으나 여전히 술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젓가락질에 잔질에 바쁘다. 

"그려 이랄라고 온 거인이 우선 묵고 보세 작것."

 

 

들판 너머 RPC가 보이고 모내기 대기 중인 물 잡아놓은 논은 마치 저수지 같다. 

 

 

 

모판 들고 인증샷도 한 장씩 찍어두고..

 

 

그 시간에도 이앙기는 쉼 없이 모를 심는다. 

 

 

사람 많고 시간 있겄다. 뜬모도 아주 해버리고..

 

 

진짜 모 심는 것 같여?

 

 

왁자한 웃음 속에 모내기가 끝나간다. 
가랑비는 여전히 오락가락.. 논바닥에 꽂힌 모들은 한들한들..
농민 만세! 농민들의 위대한 모내기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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