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방, 갈라진 틈 사이마다 풀들이 뚫고 올라온다. 

살펴보니 죄다 쇠무릎(우슬)이다. 

어렸을 때는 흔히 도깨비풀이라 불렀고, 우리동네 어른들은 쇠물팍이라 발음한다. 

아마도 내 바짓가랭이 아니면 풀밭, 가시밭길 마다 않고 쏘아댕기는 개 터럭에 묻어와 정착했을 것이다. 

사람의 손에 의해 길들여지고 사람의 보살핌을 받는 쪽으로 진화를 거듭해온 풀들하고는 생명력과 생존전략 자체가 다르다. 

쇠무릎은 다년생 풀인 탓에 씨앗을 키울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뿌리를 단단히 박는게 중요할 것이며 종자 전파 방식도 사람이나 동물이 먹어주길 기대하는 대신 찰싹 달라붙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오죽하면 도깨비풀이라 했을까? 




이 녀석은 그새 꽤 자랐다. 

나 죽으면 사방간디 풀 날것이라고 예언하신 어머니 생각이 난다. 

뽑아내자고 잡아당기니 벌써 얼마나 뿌리를 단단히 박았는지 발라놓은 시멘트가 들썩거리더니 결국은 줄기만 끊어지고 만다. 

발본색원에 실패하였다.  

독하고 강인한 생명력이다. 


요사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정국이 격랑에 휩싸였다. 

당황한 권력기관들이 헛발질하기 시작하고 여기저기 갈라진 틈새로 권력의 더러운 꾸정물이 용솟움치듯 흘러나온다. 

이 사건의 몸통은 청와대의 박근혜이고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세력 전체이다.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고 날이면 날마다 새로운 사실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에 격분한 민중들의 공세는 거역할 수 없는 파도가 되어 박근헤 정권을 심대하게 타격할 것이다. 

이기는 투쟁이고 이 투쟁의 갑은 우리 민중이다. 

주춧돌 옆에 당차게 뿌리박은 쇠무릎마냥 독하고 질기게 싸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