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귀농인들이 일군 하늘소 마을에서 하룻밤 머무르고 떠나는 길, 다음 행선지로 바로 가기엔 시간이 너무 많다. 
시간도 시간이려니와 온전히 산 하나를 오르기에는 적절치 않은 날씨다. 
경로 인근 뜬봉샘이 잡힌다. 뜬봉샘은 금강의 발원지로 신무산에 자리하고 있다. 
백두대간상의 영취산에서 분기한 산줄기가 장안산을 기점으로 금남호남정맥이라는 이름으로 섬진강 수역과 금강 수역을 가르는 첫들머리 부근에 신무산이 있고 그곳에 뜬봉샘이 있다.   
장수군에서 꽤 공을 들여 개발해놓은 탓에 찾기도 쉽고 오르내리기도 어렵지 않다. 
다만 너무 부자연스러운 콘크리트 범벅의 인공 구조물들과 사리에 맞지 않는 안내판들이 눈에 많이 거슬린다.

탱크 몰고 갈 일 있나? 길 참 잘 닦아놨다. 
이 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여기저기 해바라기, 수련이 심어진 연못, 물레방아, 사과모양 화장실 등을 지나게 된다.
다행히 얼마 오르지 않아 나무계단이 놓인 숲 입구에 다다르게 된다. 

나무계단의 연속이다. 시냇물은 졸졸 흐르고 바람 솔솔 부는 나무그늘이 시원하다.
얼마간 오르면 임도를 만난다. 
임도는 휘돌아가고 산길은 숲 사이로 이어진다.  
이러저러한 여름꽃들이 보인다. 

이질풀이 소나무에 기대어 넝쿨을 올렸다.

 뻐꾹나리에 앉은 돈무늬팔랑나비, 날개에 새겨진 점무늬가 독특하다. 

다시 임도를 만나게 되면 다 온것이다. 
백두대간길?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백두대간에 다다른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라 한다. 
그렇게 말하기로 치면 우리나라 산길은 다 백두대간길이다. 
욕심이 과한 작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굳이 이름붙이겠다면 <금남호남정맥길>이라 함이 옳다.

샘 주변은 잘 가꿔져 있다. 
샘 머릿돌에는 <금강 천리 물길 여기서부터>라 새겨져 있다. 
금강의 총길이는 397.25km, 실제로 약 십리 모자란 천리, 뜬봉샘에서 길을 나선 강물은 천리행군을 하는 셈이다.
  

샘의 주인은 도롱룡들이다. 여유있게 헤엄치고 있다. 되게 시원해보인다. 
샘에서는 끊임없이 물이 솟아난다. 가뭄통에 논 한 열마지기 구완할 정도는 되어보인다. 
대단히 맑은 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크나큰 강의 뿌리가 되는 샘물이니 맛을 본다. 
물이 매우 차고 맛이 달다.

실개천 옆에 노루오줌이 자리를 잡았다.

맨 뒤 산줄기가 백두대간이 아닌가 싶다. 

자주꽃방망이? 더 찾아봐야겠다. 

더덕

이삭여뀌

큰도둑놈의갈고리

그이름 강태등골, 계곡물은 수량을 더해가며 쉴새없이 흐른다.

물뿌랭이마을 수분리, 고창말로는 물뿌랑구마을이 되겠다. 
마을 복판으로 천이 흐른다. 

불뿌랭이길 22번지

그 옛날같았으면 바짓가랭이 흙 묻히고 산에서 내려오는 나같은 낯선 사람은 신고하고 보는거다.

수분재 몬당에 있었다는 외딴집 짚시랑물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줄기는 금강으로, 한줄기는 섬진강으로?> 정말 욕심이 과했다. 
이명박이 4대강을 후적거려 운하로 잇겠다는 사기행각만큼이나 황당한 말이다. 
고쳤으면 쓰겄다. 

끊임없이 솟구치며 제 할 일을 하는 뜬봉샘에서 강의 생명을 보았다.  
온 국민을 상대로, 죄없는 강줄기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이명박이로 하여 온나라 강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강이 살아야 사람도 산다.  
희대의 사기꾼 이명박이를 처벌하고, 샘으로 솟구치는 뿌랑구에서부터 바다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군데 막힘이 없도록 강을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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