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부채란 무엇인가? 농민들이 안고 있는 빚이다.   
농가부채는 왜 생겨나는가?
농민들은 농사를 지어 거기에서 나오는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그런데 피땀 흘려 농사지어봐야 생계 유지는커녕 본전도 찾지 못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사태야말로 농가부채가 발생하는 근본 요인이 된다.
문제는 이것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구조적 현상이라는 데 있다.

정부 수립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부는 농산물 가격 억제정책을 펴왔다.
도시의 자본가와 정부는 수출역군이라는 이름의 값싼 노동력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농촌지역의 청춘남녀를 대거 도시로 내몰아야 했으며, 저임금을 떠받칠 값싼 농산물이 공급되어야 했다.
농산물 가격 억제 정책으로 정부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반면 농민들은 만성적인 적자영농에 허덕이며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우리의 역대 정부는 미국의 농산물시장 개방 압력에 한없이 굴복하였다.
오늘날 우리는 거의 모든 농축산물이 무차별적으로 수입되어 국내 시장에서 자유롭게 유통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부의 농산물 가격 억제 정책에 더해 수입농산물과의 경쟁에서 밀린 우리 농산물의 가격 폭락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만성화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농사지어 수지 맞추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졌다.
농민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새로운 농사거리를 찾거나 영농규모를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탈출구를 찾지만 대다수 농민들은 갚을 길 없는 악성 농가부채의 수렁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고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갚을 없는 악성 농가부채는 소득은 고사하고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낮은 농산물 가격에서 비롯된다.
낮은 농산물 가격의 이면에는 정부의 무분별한 ‘수입개방 정책 ‘농산물 가격 억제정책 또아리를 틀고 있음을 보았다 가지 정책은 정권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일관되게 우리 농업을 파괴하고 농민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왔다.
모든 것이 ‘수출신장’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정당화되었다.

 

 

 

문제의 근원을 찾아내고 치유하지 않는 한 농가부채 문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
농가부채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소득증가율보다 부채증가율이 앞서고 있다.
농기계, 비료, 사료 등 필수 농자재 가격은 끊임없이 솟구치는 반면 가격은 제자리걸음이거나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가부채의 심각성은 여기에 있다. 농민들은 제아무리 성실하게 일을 한들, 일을 하면 할수록, 규모를 늘리면 늘릴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를 감당할 길이 없다.
농가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는 악성 농가부채 자체에 대한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하다. 

 근본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무분별한 ‘개방농정’과 ‘농산물 가격 억제정책’이 폐기되어야 한다.
개방농정의 근원은 미국에 심각하게 종속되어 있는 정치, 경제제도에 있다.
개방농정은 우리나라의 농업을 스스로 파괴하는 자멸행위에 다름 아니지만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부는 자체의 농업정책조차 자주적으로 펼치지 못한다.
역대 한국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 wto, fta 등의 국제 협상에서 단 한번도 우리 농업을 지켜내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거꾸로 농업부문에 대한 양보와 희생에 기초하여 재벌의 수출 편의를 돕는 방식으로 협상에 임해왔다.
다른 한편 정부는 물가가 들썩이면 무조건하고 농산물값 때려잡기에 나선다. 농산물값을 낮추기 위해서라면 무관세 수입은 물론 수입업체에 보조금까지 지급하는 등 시장에 폭력적으로 개입한다. 정부의 최근 물가정책은 농산물 가격 억제를 넘어 파괴로 치닫고 있다. 

 개방농정과 농산물 가격 억제정책이 폐기된 자리 새롭게 들어설 농업정책은 철저히식량주권노선에 기초해야 한다.
식량주권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응당 누려야 농업과 식량에 대한 자주적 권리를 말한다.
생산자 농민은 부당한 간섭 없이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농사지을 권리가 있으며,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에 대한 가격결정권을 비롯한 제반 권리를 누려야 한다.
전체 국민은 안전한 우리 농산물을 안정된 가격으로 공급받고 소비할 권리가 있다.
정부는 법과 제도를 바로 세워 이를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미국 선진 강국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고 우리나라 농업을 살리고 식량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식량주권 노선은 우리 실정에 맞는 우리 고유의 농업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것이다.

 

 

우리 농민들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시행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는 나라 전체의 식량자급 계획에 기초하여 우리가 가장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농산물을 국가가 직접 수매, 비축하는 것을 기본으로 생산과 유통, 가격 전반을 지휘, 통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농민 대표, 소비자 대표, 정부 대표로 구성되는 법적 기구를 두고 수매대상 품목과 수매량, 수매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농민은 생산비와 적정이윤이 실현되는 가격을 보장받는다. 소비자는 급격한 가격의 폭등락 없이 안정적인 가격의 안전한 우리 농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나라 전체로는 식량자급률을 높여 식량주권의 안정적 토대를 쌓자는 것이다.

농민의 입장에서는 핵심적으로 가격결정권과 정책결정권을 확보하는 것으로 되어 더 이상 손해보는 농사를 짓지 않아도 되는 결정적 담보를 얻게 된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가 도입되면 가격문제로부터 파생된 농가부채 문제 또한 근본해결의 길이 열리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