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저물고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산들거릴 때쯤 동네 앞 높이 솟은 미류나무 꼭대기에서 시원스레 울어대던 매미가 있었다. 

우는 소리가 우리 귀에는 "뚤-램 뚤-램" 하고 들려 뚤래미(뚤램이)라 불렀다. 

늦여름 울기 시작하는지라 뚤래미가 울기 시작하면 여름방학이 다 갔다는 생각에 괜시리 마음 한켠이 싸해지면서 밀린 숙제 생각에 바빠지곤 했다. 

한동안 잊고 있던 뚤래미 소리를 들었다. 이번에 듣는 뚤래미 소리는 반갑기 그지 없다. 

아~! 여름이 가고 있구나, 무더위도 이제 한풀 꺾이겠구나 하는 안도감과 반가움이다. 


운곡습지에서 포착한 녀석이다.


'뚤래미', 제대로된 공식 이름이 무엇일까 찾아보니 '쓰름매미', '쓰르라미'라 나온다. 

같은 조선사람이라 해도 듣는 귀가 다 다른 모양이다. 같은 고창인데도 영태네 동네서는 '찔렁이'라 한단다. 

6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나타난다 하니 특별히 가을이 오는 징표라 말할 수는 없겠다. 

다만 다른 매미의 활동이 한풀 꺾이고 잦아들 무렵 유난히 크고 시원스레 울어대는 뚤래미 소리가 도드라진 탓인가보다. 

그것도 미류나무 꼭대기에서 울어댔으니..

대관절 어떻게 생긴 녀석인지 궁금해서 꼭 잡아보고 싶기도 했다. 


어찌 되었건 여름이 가고 있다. 




삼각대 하나 장만해야 쓰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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