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 

경순왕의 무덤은 어디에 있을까?

이래저래 집에 내려가지 못한 일요일 임진강변으로 바람을 쐬러 갔다가 난데없는 곳에서 경순왕릉 안내 표지판을 보고 따라가봤다. 

최전방 연천군 장남면 고랑포리, 민간인 출입통제선에 물려있다시피 한 곳이다. 알고보니 경순왕릉으로 하여 민간인 통제선이 뒤로 물러선 것으로 되어 있다. 

왕릉 뒷쪽으로는 군사 철책이 둘러쳐져 있고 '지뢰' 표시가 살벌하다. 

신라왕이 어인 일로 여기에..

같이 간 사람들 이러저러한 추측의 결론은 고려 개국 이후 개성에 볼모로 잡혀 있다 생을 마치지 않았겠는가 하는 것이다. 

현장에 가서 확인해보니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찌되었건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이다.  



경순왕릉 안내문 등에 따르면 국운이 쇠하고 후백제의 침략이 거세어지며 신흥국 고려의 세력이 팽창하는 조건에서 백성의 무고한 희생과 피해를 염려하여 고려에 나라를 바치고 개성에서 생을 마친 것으로 되어 있다.  


백성을 위하여.. 좋은 말이다. 지배자들은 늘 그렇게 말한다. 백성을 위하여..

그리하여 경순왕은 왕건의 사위가 되고 봉토와 작위도 수여받아 신라가 망하고도 43년간이나 천수를 누렸다.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가지는 못하였으니 고려왕조에 의해 제지당하여 임진강을 건너지 못하고 이 곳에 묻히게 된 것이다. 


경순왕릉에 다녀오는 내내 이승만이 떠올랐다. 

이승만은 일찌감치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여자와 결혼하여 미국사람이 되다시피 하였고, 해방 이후 미국을 등에 업고 귀국하여 미국이 주도하여 만들어낸 친미 예속정권의 권좌에 올랐다.  

친일파가 그대로 친미파가 되어 권력의 주인이 되고 오늘날 우리 사회가 친일파와 친미 사대주의자들의 세상이 되게 한 장본인이다. 

4.19 혁명에 의해 모국이나 다름없는 하와이로 쫒겨갔으나 죽어서 관으로 돌아와 국립묘지에 묻혀 있다.

이승만이도 권좌에서 물러날 때 "더이상 백성이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다. 

지배자들의 요설이란..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신라 천년사직을 지키지 못하고 나라를 넘기고도 적국 왕의 사위가 되어 천수를 누린 경순왕과, 자기가 세운(?) 나라에서 쫓겨나 타국땅 미국에서 죽은 이승만과 누가 더 한심한가를 두고 한참을 고민하였다. 

과연 누가 더 한심한건가? 




임진강은 말이 없다. 그저 흘러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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