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주관한 이경해 열사 10주기 추모제가 열사 묘역에서 조촐하게 열렸다.

이날 추모제는 전농과 전여농 회원, 열사와 함께 칸쿤에서 투쟁했던 원정투쟁단 성원, 장수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지들이 함께 하였다.  



WTO Kills FAMERS!!!

열사여! 벌써 10년..

WTO가 농민을 죽인다며 제 손으로 가슴에 칼을 꽂아 저항하며 떠나시고 벌써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습니다. 저 먼 이녁 땅에서 우리 농업을 통째로 외세에 넘겨주고 농민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그들만의 협상장. 그 근처에 가지도 못하고 철조망에 막혀 있던 우리들 모두의 함성을 당신은 그렇게 스스로 촛불이 되어 내질렀습니다.


열사여.

당신의 희생으로 WTO는 힘을 잃고 지지부진하지만, 농업을 포기한 정부가 추진하는 수많은 FTA로 우리 농민들은 사형선고를 넘어 사형집행 직전에 있습니다. 

우리 농업을 외국에 팔아넘기고 이제는 대기업에게까지 갖다 바치고 있습니다.

당신이 온 몸으로 지키고자 했던 우리 농업은 아직도 이렇게 수많은 위기 앞에 놓여 있습니다.


열사여.

우리 농민들, 절대 이대로 주저앉아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 동학농민군들의 함성이 도처에 절절이 살아있는 이 땅에서, 열사 앞에서 결의합니다. 동지들의 단결된 힘으로, 끈질기고 힘찬 투쟁으로 기필코 우리 농업을 지켜낼 것입니다. 우리 농민들의 희망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기필코 쟁취하고, FTA 저지시켜 열사의 염원대로 거대한 외국의 자본으로부터 농업을 지켜내겠습니다.


곡식을 영글게 만드는 가을의 뜨거운 햇살에 우리의 분노도 투쟁도 더욱 뜨겁게 달궈질 것입니다. 

열사여, 그 승리의 길을 지켜봐주소서.


2013년 9월 10일 장수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이광석



국제 농민운동조직 <비아 캄페시나>는 9월 10일을 이경해 열사 추모의 날로 정하고 각국에서 추모 행사를 열기로 하였으며 전농 추모식에 연대사를 보내와 전여농 강다복 회장이 낭독하였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및 한국의 동지들에게


우리 모두는 2003년 3월 제네바에서 이경해 열사와 함께했던 투쟁을 기억합니다. 당시 이경해 열사는 WTO 사무실 앞에서 한달 가까운 단식투쟁을 했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한국의 농업 상황과 한국 농민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알리는 유인물을 나누어 주기도 했으며, "WTO 협상에서 농업을 제외하라"는 우리와 동일한 요구를 했습니다. 2003년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 기간에 진행된 대규모 집회에서 우리는 다시 만났습니다. 이곳에서의 투쟁 중에 이경해 열사는 죽음을 택했습니다. 칸쿤 투쟁 이후로 비아 깜페시나(LVC)는 9월 10일을 WTO에 저항하는 국제투쟁의 날로 정했습니다.


비록 이경해 열사는 가셨지만, 그의 정신은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여러 대륙에서 모인 이주노동자들, 농민들, 어민들이 함께한 홍콩에서의 투쟁은 WTO 협상의 실패를 이끌어 냈습니다.  홍콩 투쟁에서 1,000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억류되고 체포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힘으로 협상에서는 어떤 진전도 없었으며 WTO의 운명은 불확실해졌습니다.


2006년 7월 WTO 사무총장 파스칼 라미는 도하라운드의 잠정 중단을 공식적으로 선언했습니다. 제네바의 음침한 WTO 본부 주편에서는 비아 깜페시나와 다른 사회운동단체 활동가들이 WTO와 그 협상의 실패를 축하했습니다. 비아 깜페시나는 "도하라운드의 운명은 다했으며, 이제는 식량주권의 시대다"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습니다.


도하라운드의 붕괴는 비아 깜페시나와 다른 사회운동 단체들에게 WTO와 자유무역,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대안을 촉진할 기회를 의미합니다. "WTO는 문어였으며, 그래서 우리는 머리를 공격했다. 그리고 이제는 다리자르기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이미 알고있는 것처럼 2013년 12월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WTO (9차) 각료회의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이제는 WTO의 실질적인 종말을 위한 우리의 운동을 강화해야 할 때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사회운동의 의제로서 WTO의 매장, 식량주권의 실현, 그리고 우리의 내용을 국제시민의 대안으로 만들어야 할 때이며, 이를 위해 국제적, 지역적(regional), 국가적, 국지적(local) 전략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우리는 한국 농민들과 함께 발리에서 투쟁할 것이며, 우리의 동맹으로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동지적 인사를 전하며,  비아 깜페시나 국제조정위원 헨리 사라기 



통합진보당 전북도당위원장인 오은미 도의원이 추모곡을 부르고 있다 

민들레 꽃처럼 살아야 한다. 

무수한 발길에 짓밟힌대도 민들레처럼..

아아 해방의 봄을 부른다. 민들레의 투혼으로!



나는 56세, 한국에서 온 농민이며, 젊은 시절 희망을 가지고 동료들과 농민단체를 결성하여 우리의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보자 노력하였던, 그러나 결국 실패만을 거듭한 많은 농촌지도자 중 하나이다. 

우리는 우루과이라운드가 끝나고 곧 우리는 우리의 운명이 더 이상 우리 손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우리는 나약하게도 수백년 대대로 살아왔던 우리의 고향 농촌이 큰 파도로 붕괴되는 것을 그냥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적극적으로 그 큰 파도의 근본과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고자 하였다. 

이제 그 결론에 도달함에 여기 제네바 WTO 정문 앞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온몸으로 절규한다. 

"누구를 위한 협상을 하고 있는가? 국민들인가 너희들 자신인가? 

이제 허구적 논리와 외교적 수사로 가득찬 WTO농업협상은 그만하라. 

농업을 WTO체제에서 제외시켜라!" 

..중략..

일찍이 농사짓기를 포기한 농민들은 도시의 빈민으로 전락하였고 이러한 악순환을 벗어나고자 끝까지 노력했던 농민들은 감당할 수 없는 부채로 도산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개중에 운이 좋은 사람들은 더 갈 수 있지만 종래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나는 하룻밤 새 정든 고향을 버리고 떠나버린 친구의 날고 오래된 빈집을 돌아보고 그저 돌아오기만 바랄 뿐 어찌할 수 없었다. 

나는 감당할 수 없는 부채를 비관 농약을 마시고 자살한 집에 달려간 적이 있었지만 역시 그 부인의 울부짖음 소리만 들을 뿐 어찌할 수 없었다. 

당신이라면 어떤 기분이었겠는가? 

..중략..

나는 지금, 인류는 지금 극소수 강대국과 그 대리인인 세계무역기구(WTO)와 이를 돕는 국제기금 그리고 다국적 기업의 상업적 로비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반인류적이고 농민말살적인, 반환경적이고, 비민주적인 세계화의 위험에 빠져있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경고하는 바이다. 

즉시 이를 중단시켜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이 허구적인 신자유주위가 세계 각지의 다양한 농업을 말살시킬 것이며, 이로써 모든 인류에게 재앙이 초래될 수도 있음을. 

나는 단호히 말하건대, 우루과이라운드는 몇몇 야망에 찬 정치집단들이 다국적 기업과 외눈박이 학자연하는 자들과 동조하여 자기들의 골치아픈 농업문제를 다른 나라에 떠넘긴 한 판 사기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진실을 말하라. 그리고 원점으로 돌아가 농업을 WTO에서 제외시켜라.


- 이경해 열사가 WTO 사무총장에게 보낸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