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산에서 왕나비를 만났다. 
몸집이 커서 왕나비라 이름붙였다 한다. 
큰 날개로 유유자적 활공하며 느릿느릿 숲 속을 배회한다. 
산기슭과 오름길, 능선에서 모두 만났다. 

 

 

 

등골나물 위에 앉은 왕나비를 산기슭에서 처음 만났다.  
두마리가 날아다녔다. 왕나비를 보여주려고 달마산이 나를 잡아끌었나 싶다.
왕나비는 장거리 이동을 하는 녀석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와 남해안 등지에서 월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벌레 상태로 월동한 왕나비가 성충이 되어 한반도 곳곳으로 이동하여 번식하여 여름을 나고 가을이 되면 월동이 가능한 지역으로 다시 이동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왕나비 이동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나 관찰이 부족한 상태라 한다. 
일본에서의 연구에 따르면 최대 2천키로미터 이상을 이동하며 일본에서 방사한 개체가 한달 후 계방산에서 채집된 예가 있다고 한다.
연약한 날개로 바다를 건너는 나비를 상상해보라. 신비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능선으로 오르는 등산길에서 다시 만났다. 개체가 많다. 여러마리가 유유자적 날아다닌다. 
하도 얌전히 눈 앞에 와서 앉길래 손을 뻗어 잡아보니 그대로 잡히고 만다. 
놓아주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허공을 미끌어져 날아간다. 
이렇듯 여유만만한데는 알고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이 녀석들은 박주가리과 식물에 알을 낳아 애벌레들이 성장하게 되는데 이때 박주가리에 함유된 독성성분을 체내에 축적하여 나비가 되어서도 고스란히 지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왕나비가 보유한 독성물질은 심장마비를 유발한다 하니 치명적이 아닐 수 없다. 
왕나비의 유유자적하는 날개짓에는 "너 죽고 싶으면 나 잡아먹어라" 하는 두둑한 배짱이 깃들어있는 것이라 하겠다.  

 

 

능선에 올라 다시 왕나비를 보았다. 
능선길에서 내내 보겠구나 생각했는데 다만 그 뿐이었다. 
이정표상의 대밭삼거리 부근을 제외하고는 단 한개체의 왕나비도 보지 못하였다. 
거 참..
하지만 난생 처음 본 나비를 아쉬움 없이 볼 수 있었기에 달마산의 따스한 배려에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