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을 필두로 청송, 영양, 예천, 의성 등 경북 북부지역은 우리나라 최대의 고추 주산지이다.

한여름 땡볕 고추밭 고랑에 서 보았는가? 

살인적 무더위 속에 70~80대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고추수확을 하는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렵다. 

고추농사만큼 힘든 농사가 또 있을까? 많은 농민들이 고추농사를 포기하고 있다.

피땀 쏟아부어 지은 농사가 땀의 댓가는 고사하고 본전조차 건지지 못하게 된다면 어찌 되겠는가? 

올 농사가 그렇다. 

감자, 양파, 마늘, 고추.. 우리가 널리 즐겨먹는 빼놓을 수 없는 주요 농산물값이 예년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폭락하였다. 

우리 농민들은 죽을 지경이다. 경북 북부지역의 규모있는 고추 농가들은 올해 수확한 고추 수천근을 쌓아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팔자니 고스란히 적자로 돌아올것이며, 그렇다고 마냥 끌어안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에서 고추수매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부의 수매 계획은 대단히 기만적일 뿐만 아니라 반농민적이다. 

생산비를 보장하라는 농민들의 요구는 콧등으로 날려버리고 싯가수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수매량도 5,800톤에 그치고 있다. 

삐애기 눈물만큼도 안되는 양으로 마치 전량수매라도 하겠다는 듯이 희망량을 조사하며 환상과 기대를 심고 있다. 

고추농가들의 투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포석이다. 



국내 최대의 고추시장 안동공판장, 경북 농민들이 고추 생산자 비대위 결성을 앞두고 투쟁에 나섰다. 

생산비도 건질 수 없는 가격으로는 고추를 팔지 않겠다는 '불매투쟁'에 나선 것이다. 

불매투쟁은 소극적인 형태의 출하거부 투쟁이다. 

농민들은 나아가 보다 적극적인 형태의 출하거부 투쟁으로 고추공판장을 멈춰세울 계획까지 의논하고 있다. 



거부!



불매!



공판장 불매투쟁 이후 농민들은 경부 고추생산자 비대위 결성 기자회견을 열고 농민의 피땀이 맺힌 고추를 불사르며 강력한 투쟁의지를 불태웠다. 




정부는 더 이상 농민을 우롱하지 말고

생산비가 보장되는 정부수매 실시하라!!



오늘 우리는 올해 심각한 고추값 폭락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며 ‘경북 고추생산자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자 한다.

올해 고추가격이 폭락한 이유는 정부의 무분별한 농산물 수입정책에 있다. 2011년 12만 251톤, 2012년 6만 2천 251톤에 이르는 중국산고추가 수입되었고, 이에 누적된 재고가 고추값 폭락을 불러온 것이다.

올해 또다시 저율할당관세(TRQ)물량으로만 7,185톤에 달하는 중국산 고추를 대량 수입하겠다고 하여, 가뜩이나 어려운 농민들에게 깊은 시름을 더하고 있다.

고추가격 폭락 대책을 촉구하고, 최소한의 생산비 보장을 요구하는 절박한 농민들의 목소리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대답은 한심하기 짝이 없으며, 이 땅의 농업과 농민에 대한 포기선언과도 같아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농식품부 산하 농산물수급조절위원회가 내놓은 고추 정부수매의 내용을 보면, 전국 고추생산량의 5% 수준에 불과한 건고추 5800톤을, 시가수매를 원칙으로 시행하겠다고 한다.

현재 안동고추공판장에서 거래되는 건고추 가격은 600g(1근) 5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고추농가의 생산비를 보장하고, 다음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정당한 고추가격은 600g(1근) 기준 최소 1만원 이상은 되어야 한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정부와 일선 농협에서는 벌써부터 고추수매가를 상품 6,300원, 중품 5700원 운운하며 지역 농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있다.

현재 정부가 시행하고자 하는 고추 정부수매는 고추농가의 생산비를 전혀 보장해 줄 수 없는 빈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다.

이에 우리 경북 고추생산자 비상대책위원회는 경북의 고추생산농가를 대표하여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1) 생산비가 보장되는 정부수매를 실시하라!

생산비와 적정소득이 보장되는 근(600g)당 1만원 이상 수매가로 농가의 실질소득을 돕고 시중 시세를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수준의 수매가 실시되어야 한다.


2) 고추가격 결정에 고추생산농민의 참여를 보장하라!

고추자급기반 확충과 항구적 가격안정을 위해 생산농가 대표와 정부 대표, 소비자 대표로 구성되는 <고추수매위원회>를 구성하여 농민이 제시하는 최저가격과 소비자가 제시하는 최고가격 사이에서 가격이 안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2013년 건고추 TRQ물량(7,185톤) 수입 중단, 수입물량 격리, 폐기하라!

농산물 가격폭락을 불러와 국내 생산기반을 파괴하는 수입에 기초한 물가정책을 당장 폐기해야 하며 수입산 고추와 국내산 고추의 혼용과 원산지 허위표기 등에 대한 규정과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4) 정부가 제시한 고추자급률 65% 실현을 위한 실질적 정책을 시행하라!

정부가 약속한 비가림 하우스시설 확대, 품종개발, 작업기계화, 고추수확 시 노동력지원, 최저보장가격 현실화 등에 대한 실질적 정책을 당장 실시해야 한다.



2013년 9월 25일


경북 고추생산자 비상대책위원회 결성식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