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
진노랑상사화, 원적암의 추억
진노랑상사화, 원적암의 추억
2020.07.25석 달 가뭄보다 보름 장마가 더 징허다는데.. 장마가 너무 길다. 비는 내리고 몸은 무겁다. 그래! 진노랑상사화, 때는 지금이다. 내 몇 해 전 산길을 걷다 우연히 진노랑상사화 자생지를 발견했더랬지. 목책과 전기 철책으로 심하게 보호받고 있는, 꽃은 지고 없었고.. 그 후로 매년 와보곤 했지만 늘 때를 놓쳤더랬다. 보호구역을 벗어나 홀로 핀 독립된 개체들을 본다. 새로운 영토 개척을 기원 하노라. 보호구역 전기 철책 너머.. 이뻐라.. 계곡을 거슬러 원적암 입구에 이른다. 여기부터 불계인 건가? 분위기 좋고.. 그냥 상사화가 낯선 손을 반긴다. 고3 겨울방학, 9시간 걸리는 완행열차 타고 정읍역에 내려 새벽 댓바람에 서래 불출봉 거쳐 원적암에 왔더랬지. 눈은 펄펄 내리고.. 지금 같았으면 아마 대설경보가..
구름 좋은 날, 계룡산에서..
구름 좋은 날, 계룡산에서..
2020.07.23딸내집에서 하룻밤, 차를 끌고 서울에 올라온 게 얼마만인지 참 낯설고 두렵다. 행여나 차 막힐세라 이른 새벽 탈출을 감행한다. 5시 반, 이른 새벽이라 하나 날은 이미 밝았고 차들은 벌써부터 꼬리를 문다. 나는 지금 계룡산으로 간다. 기나긴 장마 통에 잠시 볕이 난다 하니 그 짬에 산도 오르고 예정된 회의도 치를 요량이다. 동학사 입구, 대략 두 시간가량이 소요되었다. 네댓 시간 정도의 짬을 확보했다. 어느 길로 올라 어떤 능선을 탈 것인가? 주릉을 조망할 수 있는 황적봉을 골랐다. 선답자의 산행기를 찾아 대강의 산행 계획을 머릿속에 입력하고 들머리를 잡아 본격적인 산행에 나선다. 김밥 두 줄, 생수 1리터를 챙겼다. 20여분쯤 올랐을까, 바위가 나타나고 조망이 터진다. 구름 좋고 바람 시원하다. 용용하..
흰점팔랑나비
흰점팔랑나비
2020.07.19울릉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에 분포한다는데 왜 이제야 보는 걸까? 개체수가 많지 않은 모양이라. 주로 풀밭에서 관찰된다 한다. 나는 제주 애월 풀밭에서 보았다. 벌보다는 좀 크나 작은 나비다. 점점이 흩어진 흰점, 그래서 흰점 팔랄나빈갑다. 아랫면 무늬는 그저 엿볼 뿐.. 장마철 궂은 날씨 속 제주에서 건진 유일한 나비
이덕구 산전에서
이덕구 산전에서
2020.07.107월 2일, 전북도연맹 간부수련회 4.3 유적지 답사. 제주 한경례 여성농민, 민중가수 최상돈, 김경훈 시인의 안내를 받는 호사를 누렸다. 영령들께 제를 올리고.. 시도 바쳤다. 당신의 이름은 ( 이덕구 산전에서) 당신의 이름은 쟁기다 너덜밭 일구어내며 심장에 박힌 총소리 파편들과 동지들의 배곯는 소리 골골이 묻혀있는 자리 뒤집던 당신은 70여 년 삭은 무쇠 솥 뜨겁게 불꽃 일으킨 생을 담은 피는 녹슬지 않았구려 한라를 퍼서 바람 휘몰아치는 추자도 남쪽 바다 메우고 지리를 퍼서 울렁이는 완도 바다 골 메워 한달음에 안기고 싶었던 하나의 반도 당신은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삽이다 잠들지 못해서 서러운 한으로 눈물로 남아 있으신가 붉은 땅 이랑 만든 가슴을 슥슥 긁어내 환한 하늘 아래 꽃대 올리고자 하는 당..
우럭젓국
우럭젓국
2020.07.09왠지 속이 허하여 뭔가 보가 될만한 묵직하고 시원한 국물이 간절하다. 냉장고 속에서 늙어가는 우럭포가 생각났다. 지난 설 무렵 보성 율포에서 사다 둔 것이다. 서산 특급 요리사로부터 전수받은 대로 재현하기 위해 애썼다. 애호박과 자그마한 배추 한 포기 사 왔다. 현미 박박 문질러 어거지로 쌀뜨물 받아 날카로운 지느러미 제거한 우럭포 넣고 호박, 배춧잎, 다진 마늘, 청양고추 등을 넣어가며 끓인다 팔팔.. 대가리를 꼭 넣으라는 말 잊지 않았다. 새우젓 넣어 간을 맞추고 불을 살짝 줄여 진득하게 끓였다.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길 기다리지만 썩 우러나지 않는다. 파 썰어넣고 끝. 그럭저럭 먹을만하다. 대략 만족.. 국물이 시원하긴 하지만 기대했던 묵직한 맛은 우러나지 않았다. 우럭포에 문제가 있나? 우럭포가 아..
난생처음 떡볶이 요리
난생처음 떡볶이 요리
2020.07.06한밤중에 배가 고파, 난데없는 떡볶이에 꽂혀.. 난생처음 떡볶이 요리에 착수한다. 재료는 충분하다. 냉장고에서 늙어가는 떡국 떡을 한 주먹, 두 주먹.. 물 낙낙히 붓고 불을 켠다. 고추장, 조청, 고춧가루, 간장을 취향과 입맛에 맞게 투여한다. 마늘, 대파, 청양고추도 빼놓을 수 없다. 워낙 익숙하고 친근한 음식인지라 요리에도 거침이 없다. 잘 되얐다. 실패하는 것은 늘 양 조절이다. 문제는 식탐, 나이와 식탐은 반비례하는가 비례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