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
짤막한 제주 여행
짤막한 제주 여행
2020.11.30제주는 늘 설렘으로 다가온다. 마침 전농이 제주에서 '농민 기본법' 토론회를 열었다. 다른 볼일까지 끼워 넣어 제주로 달린다. 맨 처음 당도한 곳은 김경훈 시인의 농막, 시인은 키우던 청계를 두 마리나 솥단지에 넣었다. 민중가수까지 동석하여 술자리는 금세 달아올랐다. 막걸리에 담금주까지 마셨다는데 나는 소주 단계에서 기억이 끊겼다. 앉은 자세 그대로 자다 쓰러졌다는.. 시인이 끓여준 떡국으로 속을 풀고 따라비 오름으로.. 토론회 장소가 표선이다. 가방을 둘러메는데 뭔가 허전하다. 하이고~ 렌즈만 챙기고 카메라를 두고 왔다. 이 무슨.. 갈수락 큰일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전화기 속 사진기가 있으니.. 따라비오름 끝자락 무덤가 작은 동자석이 망자의 영혼을 지키고 있다. 하루가 가고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아..
호남정맥 사자봉~슬치
호남정맥 사자봉~슬치
2020.11.29다시 맞은 주말, 나의 발길은 호남정맥으로 향한다. 산으로 가기에 앞서 진안 부귀에 있는 녹두장군의 큰따님 전옥례 여사의 묘소에 들렀다. 한 번은 헛걸음, 좀 더 정밀한 탐색 끝에 다시 찾았다. 장군의 큰따님은 동학농민혁명이 농민군의 패전으로 막을 내린 뒤 사람을 피해 산으로 도피했다. 산길만 골라 내달린 발걸음은 마이산에 와서야 겨우 멎었다. 그이의 나이 15세, 김옥련이라 이름을 바꾸고 금당사 공양주로 숨어 지내다 진안 사람과 결혼하여 일가를 이뤘으나 자신의 출신 내력에 대해서는 평생을 함구하고 살았다. 생의 말년에 이르러서야 손자를 통해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이의 묘소는 모래재 아래 호남정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이가 걸었을 태인(산외면)에서 마이산에 이르는 산길은 상당..
불통, 꼴통 송하진 도지사 규탄 전북 민중대회
불통, 꼴통 송하진 도지사 규탄 전북 민중대회
2020.11.2811월 26일 전북도청 앞에서 송하진 도지사의 불통행정을 규탄하는 전북 민중대회가 열렸다. 이 날 대회에서 농민을 대표하여 발언한 내용이다. 농성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우리 요구는 모든 농민에게 농민수당을 지급하라는 것이고 이걸 도지사와 직접 만나서 담판 짓겠다는 것입니다. 이 싸움의 시작은 작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삼락농정위원회에서 농민수당 지급 방안을 놓고 협의하던 중 도청이 농민들을 배제하고 시군 단체장들과 공모하여 농민수당 지급액을 일방적으로 결정, 발표했습니다. 이에 맞서 주민 조례 청구운동으로 3만여 도민의 서명을 첨부한 조례안이 도청에 제출되었고 이 조례안은 도지사의 심의를 거쳐 도의회로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도의회는 도청과 협잡하여 경찰력으로 도의회를 봉쇄한 가운데 도청..
전태일 50주기 열사정신 계승 전북 노동자대회 연대사
전태일 50주기 열사정신 계승 전북 노동자대회 연대사
2020.11.28노동자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동지들 앞에서 연대사를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늘의 노동자대회를 전라북도 23만 농민들의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올 한해도 다 지나가고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난 1년 우리는 유례없는 고통의 나날을 보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그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라가 도탄에 빠지면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우리 농민과 노동자, 서민들입니다. 하지만 그 고통의 근원을 제거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사람들도 바로 우리들입니다.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고 한상균 위원장이 체포되는 슬픔과 굴욕에 굴하지 않고 우리는 더욱 활활 타올라 박근혜를 권좌에서 끌어내렸습니다. 오늘날 문재인 정권과 국회 과반을 넘는 민주당의 의..
호남정맥 모래재 ~ 만덕산
호남정맥 모래재 ~ 만덕산
2020.11.222주 만에 다시 호남정맥, 금남호남정맥을 지나 모래재에서 그 첫발을 내딛는다. 호남정맥의 실질적인 뿌랑구라 할 장안산에서부터 치면 예까지 오는데 무려 4년이 걸렸다. 앞으로 또 얼마나 세월이 흘러야 백운산에 가 닿게 될지 알 수 없다. 좌우튼 가보는 게다. 시작했으니 끝을 볼 날이 있겄제, 암만.. 어제, 그제 내린 비로 산은 훨씬 황량해졌다. 이제는 겨울이니 눈이 내려야 겨울산의 면모를 갖추게 되겠다. 올해는 눈이 많이 내렸으면 좋겠는데 날이 갈수록 예측할 수 없는 날씨가 문제다. 조망 없는 숲길, 커다란 묘지 하나 있어 앞이 트였다. 마이산이 삐쭉, 모래재에서 내려서는 도로가 산을 크게 휘감아 돈다. 조망 없는 산길을 걷고 걸어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귀한 조망 하나 얻는다. 도로 하나 구불구불 모래재를..
농민수당 조례개정, 농업재해지원금 쟁취 전북농민대회 대회사
농민수당 조례개정, 농업재해지원금 쟁취 전북농민대회 대회사
2020.11.20농민 기본법 제정! 농민수당 조례 개정! 농업 재해 지원금 지급! 도청 앞에 농성장을 열고 투쟁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었습니다. 우리 투쟁의 출발은 농민수당 조례 개정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3만여 도민의 구슬땀으로 발의한 농민수당 주민조례안이 도 의회에서 이슬처럼 사라지는 것을 목도해야 했으며, “모든 농민에게 농민수당 지급하라”는 모든 농민들의 절절한 요구가 구천을 떠도는 영혼처럼 허공에 메아리치고 있는 현실 앞에 서 있습니다. 한편 지금까지 있어 본 적 없는 초유의 기후위기와 이에 따른 대규모 흉작으로 악전고투하는 농민들의 고통을 헤아리기는커녕 애써 외면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도지사와 농정 당국자들을 보고 있자니 사람들이 어쩌면 이토록 한심할 수 있을까 하는 측은지심이 들 지경입니다...
전북도청 앞 농성장의 밤
전북도청 앞 농성장의 밤
2020.11.19농성이 길어지고 투쟁이 격화되면서 갖가지 언론보도가 줄을 잇는다. 그중에 하나 농성장에서 술 먹고 음식 해 먹는다고 꼬집는 기사가 있더라. 맞다. 그러하다. 농성장 전기를 차단한 도청의 치졸한 행위에 맞서 솥단지 걸고 불 지펴 밥 해 먹고 술 마시며 농성장 추위를 이겨냈다. 우리는 앞으로도 당당하고 의연히 불 지피고 술 마셔가며 농성장의 밤을 우리 방식대로 향유할 것이다. 화재 위험 운운하더라. 농민들 가슴속 이글거리는 불덩이는 보지 못하고 하찮은 장작불에 몸서리치는 허튼수작이라 생각하지만 말 대접으로 소화기를 갖다 놨다. 농성장에 어둠이 내리면.. 이런저런 손님들이 농성장을 찾는다. 격려와 지지, 뭐 이런 마음으로 오시는 분들이다. 손에 뭐라도 한 가지씩은 다들 들고 오시더라. 이런 손님들을 그냥 돌려..
44억짜리 전북도청 잔디 농사
44억짜리 전북도청 잔디 농사
2020.11.17도청광장이 잔디광장으로 바뀌었다. 44억이 들었다 한다. 기존 시설 들어내고 새로 잔디 깔고 기타 조경에 그리 들었다는 것이겠다. 저짝에 보이는 정자가 3억짜리라던가, 4억짜리라던가.. 44억이면 잔디 말고 그냥 돈으로 깔아도 푹신하게 깔았겄다. 좌우튼 그리 들었다 하니 그렇다 치자.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도청 앞 농민대회를 앞두고 냄시 나는 가축분 퇴비를 잔디광장 전면에 살포했다. 내 비록 심혈을 기울이지 못했다 하더라도 잔디 농사 20년이 넘었는데 이 시기에 이런 거름을 준 적도, 이렇게 농사짓는 사람을 본 적도 없다. 잔디가 휴면 상태로 들어간 지금, 그것도 이미 광장 전면에 고루 뿌리를 내린 조건에서 유기질 퇴비를 뿌리다니.. 내 그동안 농사를 잘못 지었단 말인가? 하여 장성 삼서면에서 농사짓는..
금남호남정맥 주화산, 3정맥 분기점
금남호남정맥 주화산, 3정맥 분기점
2020.11.11가죽재에서 모래재까지 대략 시오리 길, 나른한 오후 농성장에서 잠시 몸을 빼내 짬 산행에 나선다. 껄적지근하게 남겨진 짜투리 구간을 털어내고자 함이다. 지금은 옛길이 돼버린 단풍 수려한 모래재 고갯길로 접어든다. 굽이굽이 산을 휘감아 올라 모래재 휴게소에 차 놓고 동행한 차에 옮겨 타 가죽재로.. 가죽재는 오룡재라는 다른 이름도 가지고 있더라. 16시 30분, 차는 떠나가고 나 홀로 산으로 향한다. 해가 뉘엿뉘엿, 세상 가파른 턱골봉 오름길을 헐레벌떡.. 오늘은 간만에 야간산행으로 마감하게 되겠다. 간만에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내 들었다. 150mm로 당겨 나뭇가지 사이 지는 해를 잡는다. 당겨놓고 보니 모악산이다. 나아갈 방향.. 금남정맥에 속한 운장산이 보인다. 멀건하던 하늘이 어둠이 내리면서 갈수록 ..
낙엽 수북한 정맥길(마이산~가죽재)에서..
낙엽 수북한 정맥길(마이산~가죽재)에서..
2020.11.09일주일 만이다. 가을이 한층, 아니 이제는 겨울로 간다. 때마침 입동이라네. 이번에도 늦잠, 지난밤 혼술이 과했다. 07시 10분, 마이산 북부 주차장에 차를 두고 단풍 흐드러진 계단길을 오른다. 숫마이봉과 암마이봉 사이에서 숫마이봉 한 번 쳐다보고 암마이봉으로 향해 정맥을 이어간다. 그나 숫마이봉은 참 뭣같이 생겼다. 진안읍 방면, 새벽을 지나 아침으로.. 암마이봉 오름길은 잘 단장되어 있어 아무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다. 오래전 한 번 올랐었는데 통 기억이 없다. 보기와 달리 흙도 있고 나무도 있다. 암마이봉의 조망은 이 짝 저쪽 거침이 없다. 비룡대, 금당사 방면, 마치 물 빠진 다도해 분위기.. 외약짝 멀리 내동산 비룡대 너머 진안고원이 잠에서 깨어난다. 백운면 방면 암마이봉에서 내려와 본격적으..
늦가을 금남호남정맥, 신광재 ~ 마이산
늦가을 금남호남정맥, 신광재 ~ 마이산
2020.11.01농성장은 토, 일 문을 닫는다. 누가 뭐라건 그건 우리 맘이다. 이 틈에 농성장에서 엉겨 붙은 도시의 소음과 먼지와 갖은 독소를 털어내야 한다. 대간은 너무 멀고.. 이번엔 호남정맥이다. 조선팔도 천지가 산이니 갈 곳 많아 좋다. 눈을 뜨니 이미 여섯시가 넘었다. 또 늦잠이로군.. 조망 터지는 산봉우리에서 맞아야 할 아침해를 도로에서 맞는다. 마이산이 살짝 보인다. 산행을 마치고 사진을 분석하니 등빨 좋은 덕태산을 뒤로하고 성수산에서 쭉 뻗어 마이산까지 이어진 능선이 한눈에 잡힌 것이었다. 성수산과 마이산 중간 지점에 해가 있는 것이다. 얼마만인가? 2018년 10월이었다. 서구이재에서 여기 신광재까지.. 그때는 건각 수정이와 함께 했더랬다. 그러니 2년 만이로군, 고랭지 채소밭 풍경은 조금도 변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