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2021.02.28바람이 분다. 봄바람인 듯 아닌 듯 경계가 모호한 때에 봄보다 앞서 봄을 알리는 봄의 전령, 바야흐로 바람꽃 피는 시절이다. 한복 곱게 차려입고 나들이 나서는 곱게 늙은 할매들 같다. 생각나네, 어머니와 그 동서들 지금은 모다 고인이 되신.. 하그비~ 바글바글허네.. 허나 소란스럽거나 요란하지 않다. 왁자하게 모여 핀 녀석들이나 고요히 홀로 피어 있는 녀석들이나 곱기는 매 한 가지.. 그 누구 봐달라 피는 것 아니요, 봐주는 이 없다 한들 속절없다 할 것 없으니 피고 지는 것은 자연의 순리일 뿐, 누가 보건 말건 제 할 일 다 하는 것이다.
전라북도 농림수산발전기금에 대하여..
전라북도 농림수산발전기금에 대하여..
2021.02.27삼락농정 운영소위에서 이 기금 운용과 관련된 보고가 있었다. 농림수산발전기금, 그 이름만으로는 구체적인 쓰임새를 알 수 없던 차에 귀 기울여 들었다. 기금 조성액은 333억 원인데 운용 가능액은 2,000억 원대인 것으로 미뤄볼 때 융자에 대한 이자보전으로 농어민에게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전북도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농림어업의 대내외 경쟁력 강화로 돈 버는 농어업 실현"을 목적으로 하며 "농림수산 분야 생산․유통․가공업에 종사하는 농어업인(농업법인 포함) 경영안정에 도움을 주고자" 융자금 지원 신청을 받는다고 밝히고 있다. 농어민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는 설명이 눈에 띈다. '돈 버는 농어업 실현', 그 목적 참으로 깔끔하고 명료하다. 이 기금이 실제로 어떤 농어민들에게 무슨 도움..
눈 나리는 선운사에서
눈 나리는 선운사에서
2021.02.252월 18일, 간밤 눈이 내렸다. 널 뛰는 날씨, 봄과 겨울을 순식간에 오간다. 올 마지막 눈일까? 장담할 수 없다. 간만에 부지런 내서 껄맠 눈을 쓸고 나니 과히 할 일이 없다. 눈도 내렸는데 기동을 해야지 집에 있을 수 없다. 고추 모종 돌보고 계신 아산 동현 형님을 만나 시국 방담을 나눈다. 격조 있는 대화를 방해하는 혈통 복잡해 보이는 잡종견, 누군가에게 버림받아 낑낑대는 녀석들을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했다. 얘야. 눈을 부릅뜨고 짖어야 무섭지.. 병길 형님한테서 전화가 온다. 어디서 뭇 허냐? 아산이요. 우리는 선운사 간다. 하여 달려갔다. 눈 쌓인 선운사, 도솔 계곡을 거슬러 천마봉까지 가기로 약조하였다. 바람 쌩쌩, 흡사 한겨울. 절집 돌담을 지나.. 도솔천을 끼고.. 천마봉에 올라 골짝을 ..
선운사 복수초
선운사 복수초
2021.02.22세월 참 쏜살같다 탓하기만 했지 흐르는 세월 속에서 때가 바뀌고 있음을 잊고 살았다. 엊그제만 해도 분명 겨울이었다. 눈이 내리고 수도가 얼어붙었으니.. 그런데 어느 결에 봄이 와 있었던 것이다. 귓전을 스치는 봄소식에 소스라쳐 낮술 한 잔에 나른해지는 몸을 추슬러 세운다. 다시 찾은 선운사 골짝, 불과 이틀 사이 산은 완전히 달라져 있다. 온 산을 뒤덮고 있던 흰 눈은 봄 눈 녹 듯 사라져 눈을 씻고 찾으래야 찾을 길이 없다. 분명 고인돌이다. 옛사람들은 어쩌다 이런 큰 돌을 다룰 생각을 다 했을까? 하지만 한 번 써 놓은 힘 수천 년 세월을 떠받치고 있다. 고인돌을 지나 복수초 군락지로 들어선다. 꽃은 이미 피고 지고 있다. 내 지금이 그때라는 걸 잊지 않고 있었다면 엊그제 눈 나리는 날 예 왔어야 ..
호남정맥 경각산(슬치~불재)
호남정맥 경각산(슬치~불재)
2021.02.10얼마만인가, 석 달? 호남정맥에 다시 안긴다. 한 번 멀어진 발길 다시 잇기가 이리 어려워서야.. 하여 쇠뿔은 단 김에 빼라 했던 모양이다. 슬치는 임실 관촌에 속하며, 호남정맥이 한없이 몸을 낮춘 구간이다. 마을을 통과하는 탓에 사람들의 간섭이 심하여 능선길이 위태롭게 이어진다. 사람의 손을 탄 곳일수록 가시덩굴에 잡목이 우거져 길을 잘못 들거나 통과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겨울이라 다행이긴 하나 마을과 그 뒷산을 통과하는 문제가 마음에 걸려 있던 차에 슬치에서 실치재(혹은 뒷재)에 이르는 약 2km쯤 되는 구간을 잠시 짬을 내 미리 걸었다. 낮은 지역이라선지 산들이 모두 납작 엎드려 드넓은 구릉지대로 보인다. 멀리 모악산은 분명한 데 왼쪽 산을 알아볼 수 없다. 위치로 보아서는 경각산일 터인데 산 ..
뚝방에서 별보기
뚝방에서 별보기
2021.02.05실로 오랜만에 친구와 단 둘이 차분히 술 한 잔 마시고 뚝방을 걸었다. 날은 추운 데 별이 쏟아지더라. 쏟아지는 별 아래 한 없이 서 있고 싶더라. 몹시 춥더라. 하여 사진기에 담아두고 살아 돌아왔다. 어떤 것이 실제 눈으로 본 하늘과 가장 가까울까?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내 모니터로 봤을 때는 두 번째 사진이다. 아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진 사이쯤 되겠다. 남쪽 하늘에 대고 찍었다. 아는 별자리 하나 없다. 유일하게 아는 별자리 북두칠성은 북쪽 하늘 지평선 가까이 있어 담지 못했다. 실제보다 좀 많고.. 과도하게 많다. 구름 좋았었는데.. 많이 보인다 하여 없는 별이 보이지는 않을 터다. 잡티 빼고 비행기 빼고..
반달
반달
2021.02.04해 돋는 아침, 하늘 복판에 달이 둥실 떠 있다. 그야말로 반달, 칼로 벤 듯한.. 헌데 사진으로 찍어놓으니 배가 살짝 부르다. 오늘이 음력 섣달 스무사흗날, 그믐까지 딱 한 주가 남았네. 배가 고파지는 중이니 내일쯤이면 정확한 반달이 될까? 아니 살짝 들어갈 듯.. 달 보는 사이 해가 올라왔다. 아침노을 과히 장하지 않은 것이 저녁노을 좋을랑갑다. 어제가 입춘이었다지? 머지않아 설 쇠고 나면 올해도 쏜살같이 흘러가 버리겠네. 아마도.. 낮에 나온 반달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 꼬부랑 할머니가 물 길러 갈 때 치마끈에 달랑달랑 채워 줬으면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신다 버린 신짝인가요 우리 아기 아장아장 걸음 배울 때 한쪽 발에 딸깍딸깍 신겨 줬으면
매콤 새콤 달콤 봄똥 겉절이 삼세판
매콤 새콤 달콤 봄똥 겉절이 삼세판
2021.02.02어느 내공 깊은 호래비 집에서 받은 밥상 겸 술상에 봄똥 겉절이가 똭~ "오매~ 존 거.." 감탄해 마지않았는데 그 기억이 삼삼하여 잊히지 않는다. 그날의 밥상은 대강 이러했다. 겉절이에서 향긋한 유자향이 솔~솔.. 유자청을 넣었다네, 음.. 그럴듯해. 향도 좋거니와 유자 씹는 맛이 별스럽다. 하여 나도 무쳤다 봄똥 겉절이, 봄똥은 무지하게 싸기도 하더라. 어느 날 눈 내리던 밤이었던 것이다. 깨끗이 씻는 것이야 기본이겠고 고춧가루, 새우젓, 다진 마늘, 대파, 청양고추를 넣었다. 유자차를 찾았으나 10년 나마 묵어 시커메진 것뿐이다. 하여 오미자청을 부었다. 적당량.. 버무리는 건 손으로, 버무리고 나서 손가락 쪽쪽 빨고 손바닥 싹싹 핥는 맛이 별맛이다. 짜다. 새우젓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이다. 설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