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
호남정맥 오봉산(염암재~운암 삼거리)
호남정맥 오봉산(염암재~운암 삼거리)
2021.04.303월 24일, 아직 겨울 기운이 남아 있었다. 언제 적인지 기억은 아스라한데 고작 한 달 살짝 넘어섰을 뿐이다. 영원할 것 같은 기억도 실상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제때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은 산화되고 파편만이 어지럽게 날아다니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사진이 있으니 얼기설기 기억이 복원된다. 염암재에 차를 두고 정맥에 안긴다. 염암재를 여태 영암재로 알고 있었다. 독수리 아직 우리 하늘에 머물고 진달래, 생강나무 꽃봉오리 터뜨리는 가운데 동고비는 둥지 새단장 견적을 뽑고 있었다. 생기발랄한 봄이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운암댐으로 흘러드는 섬진강 물줄기 너머 장대한 지리 주릉이 버티고 있다. 산 참 많다. 아무래도 우리는 산악 민족이다. 꽃다지, 작업장 언덕길 아니고 산길 무덤가에 무리 지어 피었다. 이..
탐조
탐조
2021.04.30새 보러 나선 길, 섬으로 간다. 때는 4월 4일, 바야흐로 봄이었다. 비안도, 새만금 방조제 바로 옆 고군산군도에 속한 작은 섬. 가력도 선착장에서 작은 배를 빌려 타고 섬에 들었다. 벚꽃 흐드러졌더라. 한 달 요량이나 지난 사진을 왜 이제야 들추는가? 그날 이후 종적을 감췄던 메모리카드가 나타났던 것이다. 어제 일이다. 너무 일찍 길을 나섰을까? 새가 없다. 검은머리물떼새, 좀 외로워 보인다. 음.. 제비 수 없이 날아다니더라. 여기서 처음 봤던 것인지 확실치 않다. 쑥새, 가만있자 이 친구도 이동 중인 겐가? 아.. 곧 번식지로 가겠군. 이미 떠났으려나? 거의 만리길을 간다 하네. 먼 길 무탈하길.. 다시 검은머리물떼새, 한 마리뿐인가 했더니 여기저기 꽤 있더라. 굴 까먹는 검은머리물떼새. 서양 아..
초록에 물들다.
초록에 물들다.
2021.04.26뙤 농사짓는 나, 연중 가장 바쁜 시절을 보내고 있다. 물 주랴, 풀 잡으랴.. 산벚 피고 연두색으로 물드는 산을 멀거니 보기만 했다. 이러다 봄 다 가고 말겄다. 하여.. 숲에 들었다. 숲이 언제 이렇게 시푸레졌다냐? 봄꽃 보자 왔건만.. 인자 꽃은 능선에나 가야 있겄다. 허나.. 산에 어디 꽃뿐이더냐? 나비도 있고 새도 있고.. 애기세줄나비, 전국에 널리 분포한다. 솔새류는 감별이 어려워.. 그냥 솔새라 해 두자. 특징적인 사진 서너 개 골라 감별사에게 보냈으니 혹 답이 오면.. 큰오색딱따구리, 이 숲에서는 처음 본다. 곤줄박이, 암수 서로 정답게 소리로 교신하던 녀석.. 낯선 선율로 울어서 어떤 녀석인가 하고 한참을 수색했더랬다. 숲새, 풀벌레 울음소리를 낸다.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흰배지빠귀, ..
함양 백운산
함양 백운산
2021.04.19산에 든다. 꽃이 지고 있었다. 다른 꽃이 또 피겄지, 그렇게 봄이 가겄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산길은 고역을 동반한다. 그래야 알 수 있지, 가슴이 빠개지도록 사무치는 강산을.. 어느덧 능선에 서면, 가슴 열리고 걸음 가벼워지고.. 피어나던 진달래가 된서리를 맞고 시날고날.. 산을 오르면서 수거한 다종의 탄피들, 우리 산하에는 얼마나 많은 탄피들이 쌓여 있는 걸까? 썩어 거름도 못 되는 것들.. GRENADE, 수류탄이라 쓰인 거라네. 저기 멀리 지리 주릉, 골골이 쌓인 사연 가슴마다 맺힌 원한들을 어찌 다 풀 것인가? 백운산 상봉에 흐르던 노 투사의 뜨거운 눈물이 산과 들을 적신다. 미제를 몰아내고 통일을 이뤄내자고.. 보고 또 봐도 자꾸만 또 보게 된다. 멧돼지가 잠자리를 마련할 만한 자리.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