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
독특한 녀석들
독특한 녀석들
2022.04.27여름옷으로 갈아입은 학도요, 여름옷과 겨울옷이 이처럼 극적으로 다른 녀석 드물다. 겨우내 연탄 배달이라도 하셨나.. 니가 봐도 시커멓지? ㅎㅎㅎㅎ 은밀하게 행동하지만 긴 부리와 독특한 행동거지 때문에 오히려 눈에 잘 띈다. 우리가 보여? 다 보여 이 놈들아~ 이 녀석은 아직 겨울옷을 입고 있다. 왜 이런 이름을 얻었을까? 알 수 없다. 멍 때리기를 좋아해서 꿩이라 했을까? 날이 저문다.
솔부엉이 2022.04.24
솔부엉이 2022.04.24
2022.04.27솔부엉이가 왔다. 작년에 봤던 녀석인지 처음 보는 녀석인지는 알 수 없다. 다 똑같이 생겼으니.. 뿐더러 이렇게 마주하는 일이 썩 유쾌한 일도 아닐 터, 조용히 쉬고 있을 녀석 불러냈으니 나는 침입자인 셈이다. 하물며 낮이 아닌가? 행여 직박구리, 까치 눈에라도 띄게 될 양이면 몹시도 귀찮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한 번은 보자. 1년에 한 번인데, 너무 인상 쓰지 말고.. 다시 불러내지 않으마. 우리 내년에 다시 만날까? 그럴 수 있을까? 그러길 바래..
새들의 시선
새들의 시선
2022.04.23흰물떼새, 아련한 녀석들.. 어디를 보고 있을까? 하늘의 적정을 살피는 흰물떼새의 눈을 보라. 이들의 아련한 시선은 실상 천적의 동태를 살피는 것일 게다, 대부분.. 세상에 천적이라고는 사람 말고는 없는 배부른 사람의 눈이 그저 그렇게 보는 것일 뿐.. 그래도 나는 새들의 시선이 좋다. 아련하고 때로는 퀭한..
북상하는 도요물떼새
북상하는 도요물떼새
2022.04.20집에서 30분, 갯등에 다시 들어간다. 어제가 사리, 정작 물이 가장 높은 때를 놓쳤다. 그래도 그제보다는 물이 많이 들어왔다. 민물도요들이 몰려다니며 군무를 펼치고 있다. 가장 먼저 나를 발견한 것은 흰물떼새, 여긴 또 뭘 하러 왔냐고 불편하게 바라본다. 마땅치 않은 게지.. 하지만 이내 제 볼 일을 본다. 나도 내 볼 일을 본다. 부리 길이가 어중간하여 한참을 들여다보았으나 역시 중부리도요, 머리 중앙의 흰 선이 결정적 증거 되겠다. 좀 접근하려 하니 거리를 주지 않고 날아가 버린다. 비싸게 구네.. 민물도요들이 은빛 찬란한 집단 군무를 펼친다. 나는 집단이 좋아.. 민물도요 무리 속에 세가락도요가 간간이 섞여 있다. 세가락도요들은 물과 뻘의 경계지점에서 활발한 먹이활동을 벌인다. 깔끔한 녀석들.. ..
D500 + 500mm 5.6 pf 탐조
D500 + 500mm 5.6 pf 탐조
2022.04.17만돌 갯벌 갯등에 들어간다. 바람이 몹시 불었다. 내일이 사리, 생각보다 물이 높지 않네.. 오랜만에 왔는데, 너무 이르게 왔나? 갯등이 한산하다. 이것들이.. 좋을 때다. 거~ 같은 물떼새끼리.. 한 번 붙어볼텨? 야, 니가 참어.. 두고 온 짝이라도 있으신가.. 서쪽 바다 저 멀리.. 아~나.. 갯등에서 나와 염전 주변 갈대밭을 지난다. 누가 봐요.. 모른찌키 혀~ 개개비사촌 영역에 들어간다. 소리로 불러내니 이윽고 한 녀석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반응한다. 불렀소? 불렀냐고~ 너 말고 개개비.. ㅋㅋ 이 씨.. 나 이 씨 맞는데.. ㅎㅎ 아~ 짱 나.. 그 이후로 녀석은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따로 또 같이..
남바람꽃
남바람꽃
2022.04.15스치우듯 봄이 지나간다. 세월이라는 것이 이토록 빠르게 흐르는 것이었더란 말인가? 삭막했던 교정에 연둣빛 새싹이 돋고 온갖 꽃들이 피고 질 때면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던 학동 시절의 나른한 봄날, 그 더디게 흐르던 시간은 어디로 가버렸나? 연둣빛 산천이 초록 초록해지는가 싶으면 어느새 울긋불긋해지는 것이다. 백설이 만건곤하던 기나긴 겨울은 또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봄날이 간다, 쏘아놓은 화살처럼.. 온갖 꽃들이 앞다퉈 피고 지는 봄이면 나는 으레 봄바람이 드는 것이다. 먼 길 가고 싶고, 가서는 다시 오지 않는 꿈을 꾸며.. 바람꽃은 바람처럼 피고 진다. 애써 기억하고 힘들여 찾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바람꽃, 회문산 남바람꽃을 찾아간다. 남방바람꽃이 남바람꽃으로 개명된 사연을 알지 못한다. 그저 ..
사진기를 바꽜다.
사진기를 바꽜다.
2022.04.15공장에 간 사진기는 돌아올 줄 모르고 기다림에 지쳐가던 어느 날 느닷없이 날아와 꽂힌 니콘 D500 + 500mm 5.6 pf. 천신만고 우여곡절 끝에 장만한 강력한 조합, 작고 가벼우며 저렴하지만 힘 센 녀석. 첫날 첫 사진들.. 사진 찍기 몹시 편하더라. 손에 익으면 더 쉬워질 터, 사진기를 바꾼 건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더라. 마당 가상 동백이 꽃을 활짝 피웠다. 직박구리 한 마리 꽃 깊숙이 주둥이 밀어넣고 꿀을 빨아먹는다. 지금은 이동 시기, 되지빠귀 울음소리 동네 가득 낭자하더니 사진기 앞으로 날아와 자세를 잡는다. 날 좀 바라봐~ 날 좀 찍어봐~ 풀씨 몇 개 발라먹더니 이내 휙 하고 날아가 버린다. 지붕 위의 참새, 기왓장 아래 어딘가 집을 마련해놓고 사랑을 나눈다. 봄은 번식의 계절. 눈에 ..
우리가 의를 들어 이에 이름은..
우리가 의를 들어 이에 이름은..
2022.04.11고부를 빠져나간 전봉준은 불과 일주일 만에 다시 고부로 출병했다. 고부 봉기의 해산과 농민군의 출현은 사실상 동시에 진행됐다. 치밀한 사전 준비와 조직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3월 20일(음력) 무장에서 기포한 농민군은 고부를 접수하고 백산에 집결하여 격문과 4대 명의를 만방에 띄워 혁명의 성격과 임무, 대상과 주체를 분명히 하고 기율을 엄정히 했다. 그들은 이제 명실상부한 동학농민혁명군, 그 수가 1만명에 달했다. 당시 농민군의 서슬 퍼런 기상이 “서면 백산, 앉으면 죽산”이라는 말로 오늘에 전승되고 있다. “서면 백산, 앉으면 죽산” 각처에서 농민군이 모여들었다. 대부분 조직된 동학농민들이었다. 이들은 교조신원운동, 삼례집회, 원평취회 등을 통해 훈련되고 조직됐으며 새로운 세상을 향한 결기 가득한..
4월, 오름마다 봉화가 오르면..
4월, 오름마다 봉화가 오르면..
2022.04.11산으로 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공항에 내린 나는 행여 해 넘어갈세라 서둘러 높은오름으로 달렸다. 해가 어디로 어찌 떨어질지 알 수 없지만 그곳이라야 지는 해를 제대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땀 식힐 겨를 없이 해가 넘어간다. 해는 한라산 오른짝 이름을 알 수 없는 오름들 너머로 고요히 사라졌다. 해 넘어간 자리 봉화가 피어올랐다. 뭇 오름들을 거느리고 묵묵히 버티고 선 한라산을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오름마다 봉화가 올랐다는 그날의 투쟁, 그날의 투사들을 생각한다. 가시리, 한라산 두어 병씩 나눠 마시고 혼곤한 잠으로 빠져들었다. 뭔가 많은 꿈을 꿨으나 눈을 뜨면서 모든 것이 사라졌다. 개와 주인의 배웅 속에 길을 나선다. 나는 오늘 산으로 간다. 1100 고지 탐라각 휴게소 산악인 고상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