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
애기무시 얼지
애기무시 얼지
2022.09.29애기무시 한 보따리가 내게로 왔다. 영태가 돈 좀 만져볼 요량으로 숨었단디, 좌우튼.. 애기무시는 '어린 무', 아삭한 것이 생으로 막 집어먹어도 맛나다. 쌈으로 혹은 고추장 넣고 쓱쓱 밥 비벼먹어도 되겄고.. 그래도 끕이 있제, 홀애비 3년에 얼지 정도는 버물러야제~ 암만! 애기무시 한 주먹 물에 헹궈 다진 마늘, 조선간장, 고춧가루, 깨소금, 대파, 참기름.. 그냥 먹기는 맛이 째까 거시기한 비트 한 조각 썰어 넣고, 오미자청 적당량. 각각의 양념이야 입맛대로 양을 조절하면 되겠는데 홀애비 3년에 손맛은 언감생심, 손에 묻어날 양념조차 아까 젓가락으로 뙤작뙤작.. 이쁘게 접시에 담아 한 상 뒀다 먹을까 했으나 마저 다 묵어부렀네. 얼지는 얼른 묵어부러야제~ 암만! 거 참 맛나네. 어리다고 히피 보지 말자
지리산에 안기다.
지리산에 안기다.
2022.09.22지난 8월 뱀사골을 오르다 갈빗대가 부러졌다. 보름 만에 퇴원하고 다시 보름, 한 달이 지났다. 나는 다시 지리산으로 달린다.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불쑥 반야봉이 나타났다. 산 밖에서 반야봉을 보는 건 아마도 처음이다. 반야봉 너머 남쪽 하늘이 별스럽다. 멀리 일본으로 갔다는 태풍의 영향인 듯.. 빗점골, 이현상 사령관 비트를 찾아 오르는 사람들.. 지리산에 안긴다. 이현상 사령관(1905. 9.27~1953.9.17) 69주기, 제상이 차려지고 추모곡, 추모사, 헌시.. 조촐한 추모제가 거행되었다. 인근에 잠들어 계신 또 한 분의 전사, 남부군 81사단 문화 지도원 최순희(1924.2.10-2015.11.21). 그이에게도 추모의 예를 올리고.. 지리산哭 너덜겅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산중 오락회, 그리고..
뾰족부전나비
뾰족부전나비
2022.09.16선운사 절 마당, 나비 한 마리 훌쩍 날아 처마 끝에 앉았다. 뾰족부전나비, 부전나비 치고는 좀 크다. 절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이 나비는 과거 미접으로 분류되었으나 이제 한반도에 정착하여 산다. 나는 이 나비를 위도에서 처음 보고 광주 지산동에서 두 번째,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이따금.. 하지만 오늘처럼 한 곳에서 여러 마리를 본 적은 없다. 기후 변화의 뚜렷한 징표, 이 나비는 환경부에서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삼아 서식분포를 조사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이 나비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919년 전남 광주에서였다 한다. 이후 오랫동안 관찰 기록이 없다가 2006년부터 거제도를 중심으로 관찰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이 녀석은 수컷이다. 암컷은 청회색을 띠고 있다는데 그렇다면 나는 지금껏 수컷만을 ..
구레나룻제비갈매기 2
구레나룻제비갈매기 2
2022.09.09구레나룻제비갈매기를 흰죽지제비갈매기로 잘못 알아봤다. 유사하게 생긴 녀석들이니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세심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대강 훑어보고 지레짐작해버리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되겠다. 하여 자세히 들여다보고 뜯어본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겨울깃) 머리는 흰색이며 정수리 뒤쪽으로 검은 줄무늬(흰색 바탕의 검은 무늬)가 뚜렷하다. 흰죽지제비갈매기보다 뚜렷하고 뒷머리까지 이어진다. 꼬리는 짧고 가운데가 약간 오목하다. 눈 뒤쪽으로 큰 검은색 반점이 있다. 겨울깃으로 깃털 갈이 중인 개체는 몸 아랫면에 검은색이 남아 있다. 날개와 등은 거의 같은 색으로 보인다. 어린 새는 일부 날개덮깃과 셋째날개깃에 검은 반점이 있으며 깃 끝에 엷은 황갈색 무늬가 있다. 날 때 꼬리 끝에 가늘고 어두운 ..
구레나룻제비갈매기
구레나룻제비갈매기
2022.09.09동림지 뚝방을 걷는다. 대략 1km, 뚝방길 걷기에는 더없이 좋을 때다. 태풍 힌남노 조용히 지나가 들판은 무사하다. 홀연 갈매기 한 무리 나를 스치고 날아간다. 대략 20여 마리,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날갯짓이 황홀하다. 빠른 걸음으로 차로 돌아가 사진기를 챙긴다. 갈빗대가 다 낫지 않아 자세가 나올까 염려했으나 큰 지장은 없다. 얼마 만인가? 사진기가 낯설다.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제비갈매기다. 녀석들은 사라졌다 갑자기 나타나고 또 홀연히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가만히 살펴보니 그 넓은 저수지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빙빙 돌고 있었다. 녀석들을 잘 보기 위해서는 약간의 인내가 필요하겠다. 도감을 뒤져보니 '흰죽지제비갈매기'라고 생각했으나 전문가에게 의뢰하니 '구레나룻제비갈매기'란다. ..
변화무쌍 가을 하늘
변화무쌍 가을 하늘
2022.09.03병원 생활 2주째, 나이롱이 되고도 한 주가 지났다. 지나고 나니 쏜살같다. 병실, 병동, 병원.. 활동 범위를 제아무리 넓힌다 한들 병원 울타리, 하루 2만보 이상을 걷고 또 걷지만 다람쥐 쳇바퀴.. 그럴수록 눈길은 더 멀리, 머얼리 산과 하늘에 가 닿는다. 요즘 하늘 변화무쌍하여 보는 재미가 있다. 백두대간 너머에서 해 올라오고.. 교룡산 너머로 해 떨어진다. 꼬박 이레 동안 병동에 갇혀 살았다. 아침저녁 뜨고 지는 해를 창문 너머로만 봐야 했다. 그런데 옆자리 환우 밥 먹고 담배 챙겨 나갔다 오더란 말이지.. 무슨 비밀 통로라도 있나 따라나섰는데 글쎄 건물 밖 출입이 가능하더라는.. 나는 기것도 모르고 갇혀 살았던 것이다. 그래도 깜방보다는 낫다 생각하면서.. 여드레만에 바깥 바람을 쐰다. 밖은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