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
눈 깊은 입암산에서..
눈 깊은 입암산에서..
2022.12.26우금티 혈전 이후 전봉준 장군은 원평, 태인 전투를 마지막으로 1년여간의 농민전쟁을 마감하고 잠행에 들어간다. 입암산 아래 천원에서 하루를 묵은 장군 일행은 산을 넘어 입암산성에 들어 하루를 머무는데 12월 25일(양력)이 그날이다. 호남벌에 큰 눈이 내렸다. 그중에서도 정읍에 눈다운 눈이 내렸으니 강풍을 동반한 폭설이었던 탓이다. 12월 24일, 나는 지금 산으로 간다. 내일 오후면 많은 눈이 녹아버리게 될 것이고, 눈길은 사람들의 발길에 어지러워질 것이기에.. 나선 김에 장군님 길앞잡이도 해드리고.. 정읍 쪽에서 바라보는 입암산은 그 자체로 거대한 성채를 연상케 한다. 굳이 성벽을 쌓지 않아도 됨직한 가파른 산세지만 산성 북문 좌우로는 아직도 기나긴 성곽이 남아 있다. 정면의 갓바위가 오늘의 목적지 ..
피노리 가는 길
피노리 가는 길
2022.12.2112월 5일(음력 11월 9일) 동학농민혁명 최대의 격전 우금티 전투가 개시되었다. 나는 장성 갈재 아래 입암에 서 있다. 잠행에 나선 전봉준 장군이 스며들었던 입암산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아무 말이 없다. 그이의 발자취를 거꾸로 밟아 올라간다. 곧게 뻗은 국도를 달린다. 태인, 원평, 전주 스쳐 삼례, 여산, 논산, 노성 지나 이인.. 북진하는 농민군이 지났던 고을들이 휘리릭 지나간다. 곰티재로 향한다. 11월 22일 1차 공주전투, 농민군은 우금티에 앞서 곰티재를 넘어 공주를 공략하고자 했다. 농민군 복장의 전봉준 장군은 붉은 덮개가 휘날리는 커다란 가마 위에서 열정적으로 전투를 독려했다. 곰티재 너머 공주시내가 내려다보인다. 예사롭지 않은 산세, 농민군이 치고 올랐을 남쪽 사면은 몹시 가팔라 얼마..
눈 내린 방장산에서..
눈 내린 방장산에서..
2022.12.19간밤 눈이 꽤 내렸다. 날이 말짱 개여 아닌 보살 하고 있지만 눈은 분명 새벽녘에야 내렸다. 오랜만에 내린 눈다운 눈, 눈 내린 날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산에 가는 것 말고.. 하여 나는 산으로 간다. 신기 마을 지나 산으로 드는 길, 더 이상 차가 오르지 못한다. 네 바퀴가 다 헛도니 달리 도리가 없다. 차가 자동으로 뒤로 돌면서 고랑에 빠졌으나 4륜 구동의 위력으로 가볍게 빠져나왔다. 여기서부터 걸어서 간다. 용추폭포 방면 들머리, 장담하건대 이 길을 거슬러 방장산을 오를 사람 아무도 없다. 눈 없는 낙엽길에서도 일보 전진, 이보 후퇴를 거듭하며 힘을 쏟아야 하는 급경사 직등길인 데다 접근이 쉽지 않은 탓이다. 오늘 방장산은 동서종주가 아니라 남북을 횡단하는 숫눈길이다. 눈길은 아무래도 전인미답의..
동학농민혁명 완산 전투
동학농민혁명 완산 전투
2022.12.175월 30일(음력 4월 26일) 농민군은 용머리고개 아래 전주 삼천까지 진격하여 하룻밤을 머물렀다. 이튿날, 농민군들을 장꾼들과 함께 무혈입성했다. 이때는 4월 27일(양력 5월 31일) 전주 서문 밖 장날이라. 무장, 영광 등지로부터 사잇길로 사방으로 흩어져 오던 동학군들은 장꾼들과 함께 섞여 미리 약속이 정하여 있던 이날에 수천 명의 사람들은 이미 다 시장 속에 들어왔었다. 때가 오시(오전 11시 - 오후 1시)쯤 되자 장터 건너편 용머리 고개에서 일성의 대포소리가 터져 나오며 수천 방의 총소리가 일시에 시장판을 뒤엎었다. 별안간 난포 소리에 놀란 장꾼들은 정신을 잃어버리고 뒤죽박죽이 되어 헤어져 달아났다. 서문으로 남문으로 물밀듯이 들어가는 바람에 동학군들은 장꾼들과 같이 섞여 문안으로 들어서며 한..
선운사, 붉은 동백의 유혹
선운사, 붉은 동백의 유혹
2022.12.14밤새 눈이 나렸다. 소리도 없이 나렸다. 나는 눈을 개보다 더 좋아한다. 나무 보일러 장작 넣고 눈 얼른 치우고 선운사로 달려가니, 여전히 눈이 나리고 있다. 단풍나무 터널을 지나 일주문 지나고 부도전 지나 극락교 건너 절 마당 돌아 나와 담장을 끼고돌아 숫눈길을 헤쳐간다. 선운사 동백은 4월에 꽃을 피우는데 하여 춘백이라고들 하는데.. 눈 속에 피었다. 딱 한 그루.. 눈에 눈이 팔린 데다 붉은 동백의 치명적 유혹까지 동백나무 아래서 시간을 뭉개다 보니 아뿔싸 기차 시간 늦겠다. 어딘가 다른 세상으로 통할 듯한 문을 지나 500 미터는 족히 뛰었다. 단식 뒤끝 몸이 새털처럼 가볍다. 나풀나풀~
완산칠봉, 동학농민혁명 녹두관
완산칠봉, 동학농민혁명 녹두관
2022.12.07완산칠봉은 장군봉을 중심으로 내칠봉, 외칠봉을 합하여 봉우리가 도합 열세 개. 고만고만 오밀조밀한 봉우리 가운데 장군봉(해발 186m)이 최고봉이다. 완산칠봉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용머리고개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용과 관련된 전설이 깃든 용머리고개는 전주에 입성한 농민군, 농민군을 뒤쫓아온 관군 모두가 넘어야 했던 전주의 관문과도 같은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쇠락한 고개, 고개 좌우에 폐건물, 문 닫은 가게들이 즐비하다. 농민군이 용머리고개를 넘어 전주성으로 들이치던 당시의 상황을 오지영의 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이때는 4월 27일(양력 5월 31일) 전주 서문 밖 장날이라. 무장, 영광 등지로부터 사잇길로 사방으로 흩어져 오던 동학군들은 장꾼들과 함께 섞여 미리 약속이 정하여 있던 이날에 수천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