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치온
2018. 6. 18.필시 드랭이 짓일 것이다. 막으면 뚫고, 다시 막으면 또 뚫고.. 초기 물관리에 실패한 논바닥, 꼬랑이 안보이드락 피가 퍼났다. 물 방방히 잡아놓고 피 전문 제초제 '저격수'를 살포했다. 그리고 드랭이를 잡기로 맘 먹었다. 벼농사 28년만에 독하게 먹는 맘이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것인지 나도 늙어가는지는 알 수 없다. 이것이라야 죽는다면서 '스미치온'을 집어준다. 스미치온.. 내 이날까지 한번이나 써본 농약인지 기억에 없다. 하지만 노래속 가사로는 머리속에 콱 박혀 있다. '당신과 나아 사이이에 스미치온만 없어었다아아면~"'우리가락 좋을시고', 85년도에 만들어진 테잎이니 노가바이기는 하나 당시 최신곡이었다. 아마도 정광훈 의장님의 솜씨가 아니겠는지.. 옛 생각에 다시 들어본다. 가슴 아프게.. 당..
뙤밭 머리에 누워..
2018. 6. 17.뙤 농사는 손 안대고 코 푸는 농사믿거나 말거나..뙤 깎아주는 일 쯤이야 꼴프장 카트 타는 기분으로..재단사가 오고 재봉사가 오고상차도 쉽다.새 농사 채비는 로라질로..죽 떠먹은 자리 매꿔지 듯 새싹이 돋는다.비 안오면 물 주고..풀 나면 약 치고.. 약 맞은 풀들 일동 묵상세상 편한 농사가 뙤농사라!ㅋㅋㅋ
잔디를 떠낸다.
2016. 10. 12.작년 여름 떠내고 이르면 올 봄 다시 떠낼 수 있겠다 싶었던 잔디를 이제서야 출하한다. 일찍 차오른 밭부터 순차적으로 떠내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군데 잔디밭을 일거에 비우게 되었다. 올 여름 극심한 가뭄과 폭염 속에 잔디나 나나 고생 깨나 했다. 잔디가 시커멓게 타고 베베 꼬일때면 내 가슴도 시커멓게 타들어갔고 그만큼 잔디는 더디게 차올랐다. 어느 순간 풀밭이 되었다가 다시 감쪽같이 잔디밭이 되기를 몇차례, 호맹이질도 많이 했고 제초제도 여러차례 살포했다. 그랬던 잔디밭이 휑하니 비고 나니 시원하면서도 가슴 한켠이 쓸쓸해진다. 바야흐로 때는 가을이 아닌가..나 없는 사이 재단사가 다녀갔다. 이른 아침 마지막 머리 단장을 해주러 나왔으나 이슬이 채여 여의치 않다. 뗏장을 땅에서 분리한다. 잔디를 ..
모내기 전투를 마치고..
2016. 6. 7.북에서는 모내기를 그냥 모내기라 안하고 모내기 전투라 하는 모양이더라. 다른 건 몰라도 모내기에 전투를 붙여 부르는 것은 십분 공감이 간다. 일도 일이거니와 무엇보다 우리민족 전래의 주식인 쌀을 생산하는 첫번째 공정이 아니던가? 제아무리 우리쌀이 천대받고 수입밥쌀이 주인행세를 한다 해도 쌀농사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우리 농업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무엇이 질기고 누가 살아남는지 두고 볼 일이다. 침종, 5월 13일 쌀농사 경력 26년차, 26번째 씨나락을 담근다.종자 발아기에 담궈 약 48시간이면 침종 과정이 완료된다. 과거 1주일에서 열흘까지 물 갈아가면서 담그던 때에 비하면 많이 간편해졌다. 반면 각종 병해가 늘어나 못자리를 실패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종자 소독에 갖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최근에는 6..
가뭄이 너무 길다.
2015. 6. 9.갈숲 지나서 산길로 접어들어가몇구비 넘으니 넓은 곳이 열린다길섶에 피인꽃 어찌 이리도 고우냐공중의 찬바람은 잠잘 줄을 모르난다에헤야 얼라리야 얼라리난다 에헤야텅 빈 지게에 갈잎 물고 나는간다. 오랜 가뭄에 논도 밭도 다 갈라지고메마른 논두렁엔 들쥐들만 기어간다죽죽 대나무야 어찌 이리도 죽었나옛집 추녀엔 이끼마져 말라버렸네에헤야 얼라리야 얼라리 난다 에헤야텅 빈 지게에 갈잎 물고 나는 간다 이 가뭄 언제나 끝나 무슨 장마 또 지려나해야해야 무정한 놈아 잦을 줄을 모르난다걸 걸 걸음아 무심한 이내 걸음아흥 흥 흥겹다 설움에 겨워 흥겹다.에헤야 얼라리야 얼라리난다 에헤야텅 빈 지게에 갈잎 물고 나는간다. 가뭄이 너무 길다.흙먼지만 풀풀 날리고 가뭄에 오갈 들어버린 작물이 당췌 크지를 않는다. 오랜 가뭄에 농민..
잔디농사 이야기
2015. 5. 23.명색이 농사꾼 블로그에 농사짓는 이야기가 통 없다. 작년 여름 콩 심어놓고 '가물에 콩 나듯 한다'는 한마디 던져놓은 것이 마지막이다. 작년 콩 농사는 완전히 망쪼나서 수확 자체를 포기하고 말았다. 대신 갈아놓은 밀이 그럭저럭 잘 되었다. 농사짓는 이야기가 통 없으니 이거이 진짜 농사를 짓는 사람인가 어쩐가 의심하는 분도 계시리라. 다소 게으르고 해찰하기 좋아하지만 나는 분명 농사꾼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농사짓는 이야기를 비교적 자주 해볼까 한다. 나는 영농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손이 많이 가는 농사보다는 홀랑하게 지을 수 있는 농사를 추구해왔다.농민회 활동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돌아다니기 좋아해서다. 홀랑한 농사를 짓는 탓에 돈이 영 돌질 않는다. 올 봄 찾아든 돈 기근은 지금도 가실 줄을 모르..
가물에 콩 나듯..
2014. 7. 8.어찌야 쓰까?
나락을 벤다.
2013. 10. 7.가을, 나락을 벤다. 이 나락 베고 나면 올해도 다 간다. 나도 한살 더 묵고 내년에도 농사 짓겠지.농사는 죽을 때까지 안고 갈 내 생업이다. 메루가 핥아먹고 참새가 볼라묵어도.. 나락은 익는다. 첫바쿠 두다랭이 비어제끼고 시다랭이째 나는 때늦은 고사를 지냈다. 나락 많이 나오라고.. 시상 참 편하게 농사짓는다. 맘까지 편했으면.. 채 다 베지 못하고 기계 고장나고 비오고..술만 잘칵 묵어불고 날 저물었다. 술은 묵었어도 나락은 붓어야제. 21시, 밤 늦은 미곡처리장은 여전히 분주하다.
나락 목아지가 늘어지면 농민들 목은 길어진다.
2013. 9. 6.한국농정신문 농민만평, 박홍규 논에 농약 치러 들어갔다. 몇년만일까?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논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저러한 병들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가뭄 끝에 내린 비가 원인이다. 눈에 띄지 않았으면 모르겠으나 눈으로 확인한 이상 농약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출수
2013. 8. 9.벼이삭이 목을 내민다, 출수.성질 급한 놈이 먼저 고개를 내밀고 세상을 엿본다. 벼의 일생에서 대단히 중요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작년에는 모개 내민 벼이삭이 여물 틈도 주지 않고 바람이 생명을 앗아가버렸다. 벼이삭은 고개를 꼿꼿이 새운체 하얗게 말라버렸다. 재작년에는 아직 고개도 내밀지 못하고 배 속에 들어있는 상태에서 물에 잠겨버렸다. 연 이태 내 농사는 반타작을 면치 못했다. 올해는 이른벼를 늦게 심었다. 정상적으로 심은 이른벼 목을 숙이고 만생종 벼는 아직 이삭이 나오지 않은 지금 내 논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벼이삭이 목을 내밀고 있다. 올 날씨는 어쩔랑가내 선택이 빛을 발할지 두고 볼 일이다. 논두럭을 깎는다. 이런 논두럭 이렇게 만드는 일이다. 살인적인 무더위, 작업은 해장과 해질녘그렇다 해도..
장맛비 내리는날
2013. 7. 5.간밤에 시작한 비가 "이것이 장맛비다" 하고 시위라도 하듯 때론 강하게, 때론 약하게 쉼없이 내리고 있다. 쏟아지는 빗발을 뚫고 논밭 둘러보고 저수지 가상 모타 건져내고 나니 온몸이 쫄딱 젖고 말았다. 뭐 더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비 그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목욕하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 비가 다소 꺼끔하다. 꽤 말랐던 저수지가 다시 만수위가 되었다. 대단히 큰 저수진데 비가 많이 왔다. 물 넘는 문행기에서는 동네냥반들 나와 떠내려가는 붕어랑 잉어 잡고 있다.아그들은 없고 죄다 중늙은이들이다. 남쪽 하늘부터 떠드는 것이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비가 그치는가 싶었으나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비가 내리고 있다. 수로가 감당하지 못하는 또랑물이 논으로 달라들어 모폭을 위태롭게 한다. 큰또랑물이 빵빵하..
모내기 풍경
2013. 5. 30.전국 각지의 들녘마다 모내기가 한창이다. 모내기는 나락농사의 절반, 연하디 연한 모를 보노라면 저것이 언제 커서 나락이 되고 모개를 숙여 추수를 할까 싶지만 일단 모내기만 마치고 나면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쑥쑥 자라 금새 황금 들녘이 되고 만다. 모만 심어놓고 나면 농사꾼 1년은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가버리고 만다. 오늘은 이광석 전농 의장님 모내는 날.. 전농 본부 성원들이 다같이 의장님 모내기에 출동하였다. 일거리로만 치면야 이렇듯 모일 일도 아니지만 1년 농사의 절반이라 하는 모내기 기분을 한껏 발산해보고자 전격적으로 기획하였다. 가랑비 오락가락 하는 흐린 날씨, 모내기 하기에는 모나 사람이나 더없이 좋다. 들판 한가운데 자리한 야트막한 동네, 20여가구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전형적인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