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놀고../먹는이야기
장칼국수 말고 장국수
장칼국수 말고 장국수
2021.10.07날이 꾸무럭하니 장칼국수를 먹고 싶은데 칼국수를 만들 재간은 없고 냉장고에 생면은 있다. 칼국수나 국수나 다 같은 밀가리 것이니 뭐 거기서 거기겄지. 장국을 먼저 만들고 국수를 넣으면 그게 장국수 아니겠는가 생각한다. 먼저 멸치 다시물에 양파 작은 것 하나, 양송이 두 개. 콩나물 반 주먹.. 더 넣을 게 없네. 이제 생면을 넣고 고추장과 된장으로 간을 한다. 고추장은 매콤함과 달콤함을, 된장으로는 간을 맞춘다. 고추장을 한 숟가락 넣었다면 된장은 반 숟갈 정도.. 조리 시간이라야 물 끓는 시간, 국수 삶아지는 시간.. 나는 이런 간편한 음식이 좋다. 잠깐 사이 뜨끈하고 국물 걸죽한 장국수가 만들어졌다. 늘 양 조절에 실패하지만 남기는 법은 없다. 요즘 부쩍 밀가리 것이 땡긴다. 살찔까 걱정이지만 다시 ..
가을엔 국수를..
가을엔 국수를..
2021.10.03가을이다. 나는 당산나무 아래 앉아 있다. 들판은 황금빛, 시원한 바람 솔솔 불어온다. 들판 너머 두승산이 둥실 솟았다. 잔디밭 가상자리 호박 두 덩이 넝쿨째 들어왔다. 엊그제만 해도 영락 없는 애호박이었는데 며칠 사이 몰라보게 컸다. 비가 내린 탓이다. 호박 한 덩이 따 들고 생각한다. 어찌 먹어야 하나? 나는 국수를 좋아한다. 더구나 가을이니 국수가 좋겠다. 멸치 국물에 새우젓 간, 호박 썰어 넣고 마른 새우에 청양고추로 풍미를 더한다. 냉장고에 생면이 있다. 면은 따로 삶아 찬물에 가신 후 끓는 국물에 풍덩.. 상이 차려졌다.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칼국수 면이라야 했는데 아쉽다. 그래도 맛있다. 잘 먹었다. 이렇게 끼니 하나를 해결한다.
머웃대 짐너물
머웃대 짐너물
2021.06.10꽤 오랜만에 먹은 술을 먹지 않겠다는 결심. 술을 먹지 않으니 집에서 밥을 먹게 되고, 술 없는 밥상 무엇으로 채울까를 생각한다. 불쑥 잘 자란 머웃대가 눈에 들어왔다. 낫으로 쓱쓱 베어내 밥상에 올리기까지 시간 반, 요리는 속도전이다. 마술처럼 밥상을 차려내시던 그 옛날 어머니들 솜씨에 견줄 수야 없겠지만.. 삶아 다듬어 프라이팬에 올리기까지 맨손으로, 칼이 필요 없다. 15분가량을 삶았다. 질긴 껍질은 먹기 알맞은 크기로 토막 내는 동안 완전히 제거되었다. 물에 좀 담가 둬야 쓴 맛이 빠진다는데 그냥 해도 문제없더라. 들기름 치고 볶는다. 다진 마늘, 양파 넣고, 물 붓고, 소금 간 하고, 들깻가루 아까라 말고 털어 넣고 달달.. 청양고추, 대파 썰어 넣고 조리를 마친다. 생각한 대로 잘 되진 않았다..
고창 갯벌, 동죽 예찬
고창 갯벌, 동죽 예찬
2021.03.13동죽은 바닷조개다. 보통은 00조개, **조개 하는 이름이 붙는데 그 이름이 좀 특이하다. 그리 말하고 나니 바지락, 가리비, 가무락.. 특이한 이름이 도처에 깔렸네. 헌데 바지락, 가리비는 귀에 익숙한 데 반해 동죽은 다소 생소하다. 동죽은 고창 갯벌에서 많이 난다. 고창 바닷가 사람들은 갯벌을 '갱번이'라 부르는데 갱번이 농사짓는 사람들이 캐내는 수산물이자 농산물이다. 나는 동죽에 반했다. 이렇게 생겼다. 겉은 희고 통통하며, 알맹이는 토실토실하고 탱글탱글하다. 동죽의 식감? 바지락도, 가리비도, 그 어떤 조개도 따라올 수 없는 상큼함이 있다. 물총조개라고도 부른다는 데 우리 동네에서 부르는 이름은 아니다. 거의 완벽하게 해감되어 출하되니 다시 해감할 필요가 없다. 깔끔한 걸 좋아한다면 찬물에 여러 ..
매콤 새콤 달콤 봄똥 겉절이 삼세판
매콤 새콤 달콤 봄똥 겉절이 삼세판
2021.02.02어느 내공 깊은 호래비 집에서 받은 밥상 겸 술상에 봄똥 겉절이가 똭~ "오매~ 존 거.." 감탄해 마지않았는데 그 기억이 삼삼하여 잊히지 않는다. 그날의 밥상은 대강 이러했다. 겉절이에서 향긋한 유자향이 솔~솔.. 유자청을 넣었다네, 음.. 그럴듯해. 향도 좋거니와 유자 씹는 맛이 별스럽다. 하여 나도 무쳤다 봄똥 겉절이, 봄똥은 무지하게 싸기도 하더라. 어느 날 눈 내리던 밤이었던 것이다. 깨끗이 씻는 것이야 기본이겠고 고춧가루, 새우젓, 다진 마늘, 대파, 청양고추를 넣었다. 유자차를 찾았으나 10년 나마 묵어 시커메진 것뿐이다. 하여 오미자청을 부었다. 적당량.. 버무리는 건 손으로, 버무리고 나서 손가락 쪽쪽 빨고 손바닥 싹싹 핥는 맛이 별맛이다. 짜다. 새우젓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이다. 설익..
귀족 라면
귀족 라면
2021.01.17나는 라면을 참 잘 끓인다. 그 옛날 초딩 시절 곤로에 끓이던 라면부터 연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넣을 게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맛나게 잘 끓인다. 라면이라는 것이 물 잘 맞추고 면발 탱탱하게만 하면 나머지 맛은 제가 알아서 내준다. 그러니 라면 맛이야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하겠으나 의외로 맛없는 라면 또한 적지 않다. 내 라면 맛의 비결? 뭐라 말하기 어렵다. 그저 오랜 세월이 빚은 내공이라고나 할까.. 라면이 150원 하던 시절이 있었다. 계란 라면 200원, 오뎅 라면 300원, 만두 라면 400원, 모든 게 다 들어가는 짬뽕 라면 500원. 열 번에 한 번이나 됐을까? 짬뽕 라면 거하게 먹는 게..
난생처음 청국장
난생처음 청국장
2021.01.17연제부터였던가? 냉장고 서랍 속, 이따금 나와 마주치던 청국장 한 덩어리.. 지난여름이었네, 너는 순창농협 꾸러미 따라 예까지 왔다. 매우 오랜만에 먹는 집밥, 드디어 내 오늘 너를 간택 하노라. 난생처음이니 요리법을 검색한다. 참 복잡하고 친절하게 써놨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끓이듯 하면 되는 것을.. 멸치 넣고 물 끓이다 냉장고 뒤져 알맞춤한 묵은 김치 듬뿍 넣고 팔팔, 두부가 제격인 듯한데 고기밖에 없다.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진 마늘 넣고.. 팔팔 끓이다 청국장, 대파, 청양고추 넣고 잠시 후 불을 끈다. 간은 따로 맞추지 않아도 김치, 청국장 만으로 충분하네. 청국장을 맨 나중에 넣는다는 것이 꽤 중요하다. 내 맛나게 먹던 청국장은 늘 이렇게 끓였던 듯.. 청국장 만으로 한 끼를 잇댄다.
눈 내리는 날엔 떡볶이
눈 내리는 날엔 떡볶이
2021.01.11퍼얼 펄~ 눈이 나린다. 눈길 헤쳐 집에 돌아오니 뒤따라온 이장님 가래떡 들고 들어온다. 마을 회관에 나온 배급 쌀을 떡으로 뽑았노라고.. 코로나로 하여 회관에 모여 밥 먹을 일이 없었던 것이다. 이 떡을 어찌할까. 자칫 방치했다간 두어 개 떼어먹고 버리기 일쑤다. 우선 떡볶이를 해 먹는 걸로.. 하여 만들어진 첫 번째 떡볶이, 평범하다. 료리 법이고 뭐고 그냥 하면 된다. 직관적으로.. 간을 잘 맞춘 장맛이 첫째, 설탕 대신 넣은 조청의 맛과 비율이 둘째라 본다. 나머지야 뭐 고추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물.. 마지막에 넣는 대파 중요하다. 전체적인 맛을 조화롭게 하고 풍미를 더하게 되니.. 가래떡은 하룻밤 말려 갈무리했다. 그질 줄 모르는 눈은 밤을 새워 내리고 또 내리고.. 눈 나리는 밤 두 번..
한우 불고기
한우 불고기
2020.12.28냉장고 속에서 늙어가는 쇠고기, 국거리용은 미역국 끓여 먹고 불고기용이 남았다. 추석 때 받은 것이니 해 넘어가기 전에 먹어 치우는 것이 죽어 고기를 남긴 소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헌데 불고기라는 건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으니.. 그래 요리가 뭐 별 것이더냐? '할 수 있다'는 도전 정신이 중요하다고 본다. 까짓 것 해보는 거다. 양념장이 불고기 맛을 좌우할 것이기에 자신의 기호에 따라 그 맛을 상상해가며 양념장을 정성껏 준비한다. 꽁꽁 언 쇠고기 뜨거운 물에 담가놓고 양념장을 만들어 보는디.. 나는 간장을 고를 때 우리콩으로 만들었는지 소금은 어떤 걸 썼는지 확인한다. 우리콩 천일염으로 만든 진간장 적당량, 이건 순전히 감이다. 쇠고기 양을 감안하여 이 정도는 되야겠다는 느낌만큼 간장을 붓고..
무로 만든 음식들
무로 만든 음식들
2020.12.20웃집 아짐 우격다짐으로 무를 던져놓고 갔다. 이걸 또 언제 다 먹나?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아무래도 집에서 밥을 자주 먹어야겠다. 해본 적 없는 무 요리의 새로운 지경을 개척하면서.. 참고할 요리 방안이야 널리고 널려 있으니.. 가장 먼저 끓인 것은 쇠고기 황태 뭇국. 이름 그대로 쇠고기와 황태와 무를 함께 넣고 끓이면 되겠다. 쇠고기, 황태, 무에 간장 살짝 치고 볶다가 물을 붓고 끓였다. 한데 간장을 과하게 부었다. 하여 오직 간장만으로 간을 가름해야 했다. 뭐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던 첫 번째 시도.. 이번엔 돼지고기 뭇국, 더러 돼지고기로도 뭇국을 끓이나 싶어 인터넷을 뒤지다 찾았다. 제주도 토속 음식이라는 말에 솔깃, 나는 질박한 제주도 음식을 좋아한다. 제주도 방식의 핵심은 밀가루를 물에 개..
흥덕 아리산 홍어탕
흥덕 아리산 홍어탕
2020.12.17아리산은 본래 중국집이었다. 중화요리를 작파하고 한식으로 바꾼 지 오래, 그간 여러 가지 음식을 선보였지만 과히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올여름부터였는지 홍어탕이 좋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왔다. 최근에는 아리산 홍어탕을 찾는 단골층이 더러 생기기도 한 모양이라. 그간 몇 차례 가서 먹어본 바 그 맛이 일정하고 변함이 없더라. 아리산 홍어탕은 투박하다. 잘 삭힌 홍어에 무, 배추, 고춧가루.. 그리곤 잘 모르겠다. 한데 그 맛이 훌륭하다. 뜨거운 콧김을 유발하는 홍어 특유의 맛과 향은 물론이거니와 몹시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홍어탕 특유의 거품이 마구 일어난다. 소주 한 잔 곁들여 밥 한 공기 뚝딱.. 입천장이 훌렁 벗겨지기도 하지만 홍어탕에 덴 입천장은 쉬이 회복되니 과히 걱정할 일이 아니다..
순창 구림식당 시래기 해장국
순창 구림식당 시래기 해장국
2020.12.15토박이 순창 사람이 가는 식당, 아침 일찍 문을 열어 좋고 맛이 있어 좋다 하네.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우리는 해장이 필요해. 실가리국(시래기해장국)을 주문한다. 구수하고 깊은 맛, 어떻게 끓이면 이런 맛이 나지? 심지어 추어탕 맛이 나기도 하여 추어탕도 하는지 살폈지만 메뉴판에 없다. 좌우튼 해장에 딱이다. 순창에 가시거든 찾아가 잡솨보시라. 순창군청 가까이 천변에 있다.